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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PGA 소름 돋는 장면 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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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필 미켈슨(左), 타이거 우즈(右)

지난 4월 9일(한국시간) 마스터스 최종라운드가 열린 미국 조지아주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 10번 홀(파4). 버바 왓슨(34·미국)은 굳은 표정으로 숲 속에 있었다. 루이 우스트이젠(30·남아공)과 벌인 두 번째 연장전에서 티샷이 오른쪽 숲으로 들어가면서다. 늘어진 나뭇잎들이 시야를 가렸고 중계카메라 타워도 앞을 가로막았다. 절체절명의 위기.

 그러나 왓슨은 52도 웨지를 꺼내 들고 보이지도 않는 그린을 향해 샷을 힘껏 날려버렸다. 잠시 후 갤러리의 탄성이 쏟아졌다. 낮게 뜬 공은 숲을 벗어나더니 높이 솟아올랐고 오른쪽으로 90도 가까이 휘어지면서 핀 3m 거리에 멈춰 섰다. 결국 왓슨은 무난히 파세이브에 성공했고 우스트이젠이 보기를 범하면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거머쥐었다.

버바 왓슨(왼쪽)이 지난 4월 미국 조지아주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후 캐디와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왓슨은 4라운드 연장 두 번째 홀에서 기괴한 샷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전문가들은 이 순간을 ‘2012 PGA 명장면’으로 꼽았다. [오거스타 로이터=뉴시스]

 이 기괴한 샷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골프 전문가들이 뽑은 ‘2012 최고의 명장면’이 됐다. PGA 투어는 16일 11명의 전문가들 중 5명이 이 장면을 꼽았다고 발표했다. PGA 투어 소속 특파원 빌 쿠니는 “왓슨의 샷에 소름이 끼쳤었다. 마법과 같은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고 회상했다.

 우스트이젠은 왓슨에게 아쉽게 패했지만 75년 대회 역사에 족적을 남겼다. 우스트이젠은 575야드짜리 파5 2번 홀에서 253야드를 남기고 4번 아이언을 쳐 알바트로스를 했다. 마스터스 사상 4번째이자 2번 홀에서 처음 나온 더블이글이었다.

 지난 2월 20일 필 미켈슨(42)과 키건 브래들리(26·이상 미국)가 벌였던 노던 트러스트오픈 최종라운드 마지막 홀 경기도 명승부로 뽑혔다. 당시 둘은 선두 빌 하스(30·미국)에게 한 타 뒤져 버디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베테랑 미켈슨은 7.5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먼저 웃었다. 그러고는 “너도 똑같이 해봐(join me)”라며 브래들리를 자극했다.

 그러나 당돌한 신예 브래들리 역시 4m 버디 퍼트를 잡아내며 미켈슨을 향해 묘한 웃음을 지었다. 우승은 연장 첫 홀에서 13m짜리 버디 퍼트를 집어넣은 하스가 차지했다. 서로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미켈슨과 브래들리는 라이더 컵에서 최강의 콤비로 다시 만났다.

 6월 4일 메모리얼 토너먼트 마지막 날. 타이거 우즈(37·미국)가 기록한 칩인 버디도 리스트에 올랐다. 우즈는 16번 홀 그린 에지 부근에서 15m짜리 칩샷을 홀에 떨어뜨리면서 공동 선두로 올랐고 끝내 이 대회의 챔피언이 됐다. 당시 골프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는 “믿을 수 없는 샷이 나왔다. 이제껏 본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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