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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퀴즈영웅 … 상금 절반 학교에 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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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가 공부보다 더 재미있어요. 열심히 준비한 만큼 결과가 좋아 만족합니다.”

 그 무엇보다 퀴즈를 좋아하고 퀴즈에 푹 빠져 사는 고등학생이 있다. 아산 온양고 염상진(18)군이 그 주인공. 염군의 책가방과 개인 사물함에는 언제나 퀴즈와 관련된 서적과 꼼꼼히 정리된 자필노트가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염군은 얼마 전 대한민국 최고의 퀴즈 프로그램이라 자처하는 ‘KBS 퀴즈 대한민국’에서 제59대 퀴즈 영웅으로 등극했다.

 “설마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한 문제 한 문제 맞추다 보니 파이널 무대까지 진출했어요. 운이 좋았죠.”

염군은 프로그램 우승으로 상금 4000만원과 함께 다음달 13일 있을 KBS 퀴즈 대한민국 ‘왕중왕전’ 출전권을 획득했다.

온양고 염상진군이 15일 자기 반 교실에서 퀴즈와 관련된 서적을 펴 놓고 기념촬영을 했다. 염군은 다음달 13일 퀴즈 대한민국 왕중왕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골든벨 1회전 탈락자에서 퀴즈영웅으로

“화가 라파엘로의 작품 ‘아테네학당’ 입니다. 이들 가운데 계단에 앉아있는 이 청년은 누구일까요?”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KBS 1TV ‘퀴즈대한민국’에서는 앳된 얼굴을 한 남자아이가 긴장된 얼굴로 마지막 문제를 주시하고 있었다. 주변은 어두워졌고 긴장감 넘치는 배경음악이 깔렸다. 방청객들의 표정에서도 초조함이 엿보였다. 특히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한 중년 여성은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정답은 ‘디오게네스’입니다.”

 남자 아이는 긴장한 표정과는 달리 당당한 목소리로 정답을 외쳤다.

 “네 정답입니다. 축하합니다. 염상진군이 59대 퀴즈영웅에 올랐습니다.” 정답을 맞춘 염군은 두 손을 들어올렸고 현장에 있던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염군은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 아산에서 ‘퀴즈 신동’이라 불리며 유명세를 탔다. 더욱이 우승 상금으로 탄 4000만원 중 2000만원은 이공계열 학생에게 기부하고 2000만원은 입시 준비를 하는 친형에게 쓸 예정이라는 사연이 알려지고는 더욱 그랬다.

 “여러 사람들이 저보고 ‘퀴즈 신동’라고 하며 칭찬해 주시지만 사실 처음부터 퀴즈를 잘한 건 아니었어요.”

 염군이 처음 퀴즈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건 지난해 겨울이었다.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KBS ‘골든벨’이 염군의 모교인 온양고에서 열린 것. 평소 퀴즈프로그램을 취미 삼아 즐겨봤던 염군은 수 개월의 준비 끝에 프로그램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누구도 떨어지지 않는 1번 문제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패자부활전을 통해 재도전했지만 긴장한 탓인지 5문제를 맞추고 다시 떨어지고 말았다.

 “그때 탈락한 이후로 오기가 생긴 것 같아요. 저만의 방식으로 퀴즈 프로그램에 나갈 준비를 했죠.”

 염군은 그날 이후 자신이 직접 퀴즈에 나올 예상문제들을 만들었다. 매일 아침에는 신문을 정독했다. 꾸준히 독서를 하며 지식을 쌓기도 했다.

 “신문과 독서는 퀴즈를 푸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되요. 모르는 단어나 이슈 키워드를 뽑아 인터넷 백과사전으로 궁금증을 풀었죠. 또 그런 키워드들을 모아 퀴즈 예상문제를 만들기도 했어요.”

 올해 7월 염군은 종편 채널에서 진행하는 전국 퀴즈대회에도 참가했다. 염군은 최연소 참가자였는데도 불구하고 준결승까지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 퀴즈 프로그램이 있으면 다 참가할 예정이에요. 퀴즈를 풀 때의 그 긴장감과 성취감을 계속 느끼고 싶거든요.”

과학 저널리스트의 꿈 … 입학사정관제 도전

염군은 퀴즈로 인해 자신만의 꿈도 생겼다고 한다. 바로 ‘과학 저널리스트’ 과학분야의 기자다. 평소 생물 분야에 관심이 제일 많다는 염군은 자신의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그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 동안 퀴즈를 준비하며 많은 책을 읽었거든요. 특히 과학분야에는 더욱 흥미가 있었어요. 주변에는 과학을 지루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제가 아는 지식을 바탕으로 글을 써서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싶네요.”

 또 염군은 공부보다 퀴즈가 좋다고 하지만 입시를 포기할 만큼 공부를 싫어하진 않는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생겨난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관심도 높다고 한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이 당락을 가르는 입학사정관제에 관심이 많아요. 저 만의 장점을 살려 천천히 준비한다면 분명 저에게 꼭 맞는 대학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미래에 대한 철저한 계획도 필요하다고 봐요. 일단 다음달에 있을 KBS 퀴즈대한민국 왕중왕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꿈을 향해 차근차근 도전하겠습니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퀴즈왕이 되기 위한 4가지 Tip

1. 퀴즈 프로그램을 많이 시청한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흥미 있게 습득할 수 있다.

2. 일간지를 매일 아침 정독하고 모르는 단어는 적어둔다
사설을 주의 깊게 읽으면 그날 그날의 이슈와 다양한 시사 용어를 알 수 있다.

3. 분야별 관련 서적을 많이 읽는다
과학·스포츠·경제 등 관련 서적을 최대한 찾아 읽어보고 부족한 분야는 백과사전을 통해 지식을 습득한다.

4. 퀴즈 문제를 자신이 직접 만들어 본다
신문과 책 등을 통해 습득한 용어를 중심으로 예상문제를 만든다. 각종 퀴즈 프로그램에 자주 나오는 기출문제들을 골라보자.

퀴즈왕이 추천하는 고교생이 꼭 읽어야 할 도서

1. 『코스모스』(칼 세이건/사이언스북스)
2. 『사라진 스푼』(샘 킨/해나무)
3. 『미술관에 간 과학자』(전창림/랜덤하우스코리아)
4. 『노벨상이 만든 세상 시리즈』(이종호/나무의 꿈)
5. 『역사의 미술관』(이주헌/문학동네)
6. 『지식 프라임』(EBS 지식프라임/밀리언하우스)
7. 『체호프 단편선』(안톤 체호프/민음사)
8. 『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중앙북스)
9.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이승희·이혜진·임종수/창비)

10. 『노벨상을 꿈꾸는 과학자의 비밀노트』 (한국과학재단/중앙에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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