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 한번 상상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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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대통령 선거가 코 앞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지만 스스로 자신이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선 돈이 없고, 명망도 없고, 먹고 살기 바빠 공공의 문제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고 운동권이 되지도, 감옥을 드나든 경험도 없었던 까닭에, ‘나는 그럴 사람이 못돼’ 라고 생각할 뿐 아니라 그런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하다못해 지난 대통령선거 때 나온 모씨처럼 웃음을 선사할 배짱도 우리에겐 없다. 우리는 나라의 주인이라 하지만 실제는 나라의 곁방살이나 더부살이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대한민국에 살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보통사람인 우리들. 선거의 절기에 우리도 기 한 번 펴 보자고 이런 제목을 붙여 본다.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초등학생 글짓기 제목 같지만, 상상은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다음은 나만의 ‘대선 공약’이다.

  첫째, 나는 낙선한 차점자를 국무총리로 모시겠다. 나의 반대자와 함께 봉사하는 공치(共治)를 실현하겠다. 여당과 야당으로 나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정치를 끝내겠다. 반대자의 의견을 국정에 반영하는 동시에 반대자도 국정경험을 쌓아 다음에 국정경험을 가지고 책임 있는 국정을 이끌도록 돕겠다. 그러면 여야대립으로 국정의 발목을 잡는 일도 없을 것이고 5년 단임제에 따라 재임 중에 빛나는 일만 하려는 경향을 벗어나 국가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결정을 여야가 동반해 갈 수 있지 않을까.

  둘째, 원하는 학생들은 두 개 이상의 학교를 함께 다닐 수 있게 하겠다. 이를테면 고등학교 정규수업 후에 작가학교, 비보이댄스 학교, 목수학교, 사진학교, 요리학교, 영화연극학교, 원예학교 등의 학교 수업을 받는 것이다. 그리하면 학교와 학교간의 벽, 인문계, 자연계, 예술계, 실업계의 벽을 없애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적어도 두세 가지 이상의 자기 적성·진로 탐색을 구체적으로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고등학교를 마치면 모두 군대에 가게 하겠다. 군대에서 생활하는 동안 군사훈련과 이외의 시간을 활용해 복무기간 동안 책 100권을 읽고, 온라인으로 대학의 교양과정을 이수하게 하겠다. 이 과정을 이수한 학생에게는 제대하면 국가의 일정한 지원 아래 1년 또는 2년간 세계 몇 개국 이상을 여행하고 자원봉사를 하도록 하겠다. 그런 다음 돌아와 자기 전공을 택해 공부하게 하겠다.

  넷째, 50대까지 공직이나 사기업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이 원할 경우 지자체와 연결해 종신토록 시골의 땅을 경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 경작권만 갖는 것이며, 농사를 지어 일정한 임대료를 내면서 평안하고 품위 있게 생을 마칠 수 있게 뒷받침하겠다.

  다섯째, 재벌 총수들과 머리를 맞대고 경영권을 인정할테니 정부와 협력해 5년마다 일자리 100만개씩을 만들어 내자고 협약을 하겠다. 신성장 동력, 창조산업, 세계선도 사업 창출을 위해 국가와 민간이 가장 효과적으로 새로운 경제를 일으키는 5개년 계획을 수립하겠다.

  여섯째, 국립도서관을 100층으로 지어서 책과 자료를 채워 놓고, 24시간 개방하겠다. 도시락만 싸오면 국민들이 지식을 맘껏 탐구하도록 인프라를 만들겠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기분이 좋다. 기가 좀 펴지는 것 같다.

이정은 대한민국역사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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