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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 이 문제] 수업차질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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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충남 천안 중.고교 3곳의 학생 1천3백여명은 올 한학기 동안 다른 학교의 교실을 빌려 수업을 받는다. 월봉고(14학급 4백90명) 학생은 두정고에서, 신방중(12학급 4백20명)과 성성중(12학급 4백20명) 학생은 각각 오성중과 두정중에서 수업을 받게 된다.

학교 건물이 완공되지 않아 개교가 불가능해지자 다급한 나머지 1학년생만 있어 교실이 남는 다른 학교에서 오는 3월부터 더부살이를 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이 '한 지붕 두 학교'가 생겨난 것은 교육 당국의 준비 부족에서 비롯됐다. 학교 신설 계획만 발표했을 뿐, 용지 확보 등 구체적인 개교 준비 작업에 소홀했던 탓이다. 때문에 이들 학교는 개교가 두세차례 미뤄지는 과정을 거친 끝에 이런 고육책을 동원한 끝에 겨우 문을 열게 됐다.

천안에선 두정동 북부구획정리지구와 불당.백석택지지구 등 서부지역에 아파트가 집중적으로 지어지고 있다. 충남에서 학교 증설이 가장 시급한 곳이다.

충남교육청은 내년까지 이곳에 초.중.고 21개교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학교가 들어설 땅이 바위 산이거나 진입로도 없는 허허벌판인 경우도 있어 개교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신방중의 경우 공사 차량 진입을 위한 진입로 개설이 늦어져 올 3월 교사(校舍)를 완공한다는 당초 계획이 틀어졌다. 신방동 일대의 학생들은 4㎞ 떨어진 두정동의 오성중에서 한학기 동안 수업을 받아야 할 형편이다.

이에 대해 천안교육청 관계자는 "정상적인 개교는 아니지만 학부모들의 여론을 수렴해 결정한 조치"라고 말했다. 자녀들을 3년 동안 먼 학교로 보내기보다는 일정 기간 더부살이 수업을 받게 하는 쪽을 학부모들이 선호한다는 것이다. 중.고교는 교과 과정이 달라 전학이 어렵운 현실도 감안한 차선책이다.

그러나 '한 지붕 두 학교'식 개교에는 여러 문제점이 뒤따른다. 두 학교가 화장실.교실 등 학교 시설물을 적절히 나눠 사용해야 하고, 조회.체육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운동장 이용계획도 짜야 한다. 또 각기 생활지도 방침이 달라 학생들이 혼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더부살이 학생과 당초 학교 학생 간 위화감도 염려된다. 게다가 교사들은 남는 교실을 빌어 임시 교무실로 사용해야 돼 수업 준비나 교재 연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충남교육청과 천안교육청은 10일부터 해당 학교 행정실장 등으로 대책반을 만들어 예견되는 문제점에 대처할 방침이다.

주민 許모(35.주부)씨는 "신방동 지역에 아파트 1만2천여 가구가 들어선지 4년여가 흘렀는데 이제야 중학교가 들어선다"며 "그마저 남의 학교를 빌려 먼 거리 통학을 해야 하니 한심할 뿐"이라고 말했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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