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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출산 엽기풍자화 논란…자세히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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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출산 장면’을 희화화해 논란을 빚고 있는 홍성담씨의 작품. 왼쪽은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 경례하다’. [사진 평화박물관 홈페이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빼닮은 아이를 낳는 순간, MBC 드라마 ‘골든타임’의 의사 최인혁이 아이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 이해동 목사가 상임공동대표로 있는 ‘평화박물관’이 유신 40년을 맞아 기획한 전시 ‘유체이탈(維體離脫)’에 전시된, 이른바 민중미술가 홍성담(57)씨의 그림이다. 제목은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 하다’.

 평화박물관은 2006년 2월 사단법인으로 등록됐으며 공동대표 가운데는 진보진영 원로로 불리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등이 포함돼 있다.

 그림 속에서 박 후보는 수술대 위에서 환자복을 입은 채 다리를 벌리고 갓 낳은 아이에게 손을 뻗으며 활짝 웃고 있다. 수술대 밑엔 수첩이 떨어져 있다.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얼굴에 주름이 난 아이를 홍씨는 ‘각하’라고 표현함으로써 박정희 전 대통령을 상징했다. 또 뒤쪽엔 의사가 아이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MBC 드라마 ‘골든타임’의 등장인물인 최인혁이란 인물이다. 최인혁은 드라마에서 ‘의사다운 의사’로 그려지고 있는데, 그가 거수경례를 함으로써 MBC가 박 후보에게 충성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한 셈이다.

교수대 위에서 ‘말춤’을 추는 박 후보를 그린 ‘바리깡-우리는 유신스타일!’이다. 이들 작품은 서울 견지동 ‘스페이스99’에 전시 중이다. [사진 평화박물관 홈페이지]

 홍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상스러운 박 후보의 처녀성, 여성의 신비주의 가면을 벗겨 내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박 후보가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처녀성 같은 이미지가 결합돼 신비주의가 박 후보를 둘러싸고 있다”며 “차라리 박근혜씨가 아이를 낳고 해서 그 이상스러운 신비주의를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씨는 ‘바리깡-우린 유신 스타일’이란 그림에서도 박 후보를 비판적으로 풍자했다. 박 후보가 교수대 위에서 말춤을 추고 있는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바리깡(이발기구)을 들고 서 있고, 그 뒤로 머리가 깎인 한 무리의 남성들이 같은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이다.

 18일 이 그림들이 공개되면서 미술계에선 표현의 자유와 풍자의 한계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강수미 한국예술종합학교(미학) 연구교수는 “이 그림은 비꼬고 뒤틀고 감정을 과장해 감상자들에게 충격과 자극을 주는 데 더 목적을 둔 그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가천대 윤범모(미술학) 교수는 “유신을 비판한 것으로 우리 미술계에 풍자 작품이 별로 없는데, 풍자 미술의 시도라는 측면에서는 주목할 만하다”고 평했다.

 그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에선 “혐오스럽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나치다”는 부정적 반응이 대부분이다. 새누리당의 안형환 선대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여성에게 가장 숭고한 순간인 출산까지 비하하며 박 후보를 폄하했다”며 “노이즈 마케팅을 하려 했다면 그 검은 의도는 이미 국민들에게 읽혔다고 봐야 한다. 예술이 정치선동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홍성담(57)=1955년 전남 신안 출생. 79년 조선대 미대를 졸업한 뒤 80년 광주민주화운동 선전요원으로 활동했다. 89년 북한의 평양축전에 ‘민족민중 미술인 전국연합’이 공동제작한 『민족해방운동사』 사진을 보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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