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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마음길' 제대로 짚어야 히트상품 대박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불확실성이 새카맣게 몰려온다. 코닥·포드·크라이슬러·모토로라·노키아·소니·파나소닉·샤프…. 세계를 지배하던 수많은 초일류 기업이 무너지거나 흔들리는 것을 보니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인재와 기술, 돈을 다 가지고 있는 이들이 왜 이처럼 심하게 흔들리는 것일까? 지금까지 놀고 있었던 것이 아닌데,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 왔을 텐데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혹시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는 어떤 커다란 변화를 보지 못하고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 모두의 앞에 몰려오고 있는 가장 큰 변화의 파도는 과연 어떤 것일까?

휴대전화 업계의 신입생인 애플의 아이폰이 절대강자였었던 노키아를 단번에 무너뜨렸다. 그 이유는 아이폰이 종전까지는 연결되지 않던 세계들을 연결해 줬기 때문이다. 아이폰은 신문사·도로공사 같은 정보 생산자와 은행·음반사 같은 서비스 공급자, 문학·영화 등 수많은 분야의 콘텐트 제작자와 연결해 준다. 이렇게 애플은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했고, 그것의 중심에는 ‘연결(connectivity)’이라는 상징어가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초연결(超連結)’과 ‘보더리스(borderless)’의 파도가 오고 있는 것이다.

최신 제품 중에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 신발’이 있다. 사용자가 보행 중 넘어지거나 위험 상황에 처하면 가족이나 의사에게 문자메시지로 ‘비상발령’을 해 준다. 또 다른 제품인 ‘스마트 기저귀’는 사용자인 아기가 기저귀에 용변을 보면 즉시 엄마에게 문자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용자의 장소라는 물리적인 경계를 뛰어넘어 같은 시간에 보호자와 사용자를 연결해 준다는 것이다. 이런 제품들은 해당 분야의 챔피언들을 거세게 위협할 것이다. 이전까지 연결될 수 없었던 두 세계를, 아무도 연결하지 못했던 두 세계가 연결됐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가 경계(border)를 뛰어넘었다는 뜻이다. 이제 경계를 지키고 있는 자는 경계를 넘은 자를 이길 수 없다.

필자가 최근에 만난 어록 중에서 가장 강렬했던 것은 ‘스티브 잡스’의 말이었다.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함께할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그것과 바꾸겠다.” ‘소크라테스’가 상징하는 것은 ‘인문(人文)’의 세계다. 초연결을 통해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든 이 시대 최고의 창조적 기업가가 인문의 힘을 얻을 수만 있다면 가진 기술을 모두 걸겠다는 과격한 말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바로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라는 뜻일 것이다. 기술 개발이 쉽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이 그보다 몇 배 더 어렵다는 뜻이고, 초연결과 경계 넘기마저도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봐야 가능하다는 뜻일 것이다. 이제 ‘마음을 보는 힘’, 달리 말하면 ‘인문의 힘’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어 보인다.
사람들의 마음은 어디를 향해 움직이고 있을까? 우리가 트렌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트렌드 속에 사람들 마음의 방향, 즉 ‘마음길’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복잡하고 미묘한 ‘마음길’을 잘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필자가 찾아낸 방법 중 하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히트상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히트상품들은 이른바 ‘팔자(八字)’를 바꾼 상품들이기에 그 속에는 사람들의 마음이 강렬하게 응축돼 있다. 마음길을 관찰하고 분석해 본 결과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사람들의 아픔을 들여다본 ‘아픔’의 축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기쁨을 만들어 준 ‘기쁨’의 축이다.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2009년의 ‘실직보상제(사진)’를 생각해 보자. ‘실직보상제’는 금융위기로 미국의 실업률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자동차 구매자가 구매 후 1년 안에 실직하게 될 경우에는 차를 되사 준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담고 있었기에 불황 속에서도 독보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남이 보지 못한 시대의 아픔을 먼저 볼 수 있고 남이 주지 못한 기쁨을 먼저 줄 수 있다면 마음길이 열리고, 결국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픔과 기쁨을 들여다볼 수 있는 요령도 있을까? 정답은 없겠지만 도움말은 있다. 아픔과 기쁨의 바닥에는 다양한 원소(元素)가 있는데, 이것들을 살펴본다면 아마도 새로운 생각들이 하나 둘 꼼지락거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다음 회부터는 아픔과 기쁨의 원소, 이른바 ‘족보(?)’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하나씩 살펴보고자 한다. 아무쪼록 이를 통해 경계 넘기가 일상화된 이 시대를 이겨 낼 작은 통찰을 얻을 수 있길 간절하게 소망해 본다.

강신장 IGM(세계경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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