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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명세빈 "당찬 여의사 됐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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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막을 내린 KBS 주말극 '내 사랑 누굴까'를 쓰던 당시 방송작가 김수현씨는 "명세빈이 특히 많이 늘었어. 아주 잘해. 앞으로 지켜봐야 할 재목이야"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배역은 아니지만 인물의 내면 심리를 제대로 표현한다는 의미였다. 연기자들에게 '공포의 시어머니'로 통하는 김씨로선 대단한 칭찬을 한 셈이었다.

그리고 2003년 명세빈(27.사진)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멜로 드라마의 슬픈 여주인공으로 직결되는 특유의 분위기를 훨훨 벗어던지겠다고 선언했다.

명세빈은 SBS가 '대망'의 후속으로 오는 11일부터 방송하는 '태양 속으로'(토.일요일 밤 9시45분)에서 외과 전문의 전혜린 역을 맡는다. 깐깐하고 똑부러지는, 할 말은 다 하는 당찬 성격의 소유자다. 죽은 애인(박형준)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한 채 저돌적으로 구애하는 해군대위 강석민(권상우)과 대학 선배 이승하(정성환)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아주 오랫동안 가난하고 순종적인 여인 역만 맡았어요. 그랬더니 저도 모르게 어둡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해가더라고요. 겹치기 출연은 안 한다는 원칙 때문에 한 드라마 배역에 완전히 몰입하는 편이거든요."

어느덧 데뷔 8년차, 눈물 연기는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하지만 얼굴의 그늘을 덤으로 얻었다는 그녀다. 출연 제의도 지나치게 여성적이고 가녀린 배역만 들어온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드라마를 통해 확실한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목소리가 작은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엔 볼펜을 입에 물고 큰 목소리로 대본을 읽는 초보 시절의 훈련을 다시 하고 있다.

'태양 속으로'는 현재 해군 기지가 있는 진해와 서울 등지를 오가며 한창 촬영 중이다. 짙푸른 바다와 위용을 자랑하는 군함은 시청자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겠지만 출연진은 강추위와 싸워야 한다. 그럼에도 명씨는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활달한 배역이니까 일단 좋고요, 군대 분위기도 마음에 들어요. 제가 제복 입은 남자를 좋아했던 것 아세요?"

언제나 조용조용하게 말하는 이 여인이 중학생 때 영화 '탑건'을 본 후 제복 차림의 조종사에게 반해 항공대에 진학하려고 했단다. 당시 여자를 뽑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돌아서야 했지만.

"새해 벽두에 뭔가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활달했던 제 성격을 되찾은 것 같아 좋고요. 눈물로 얼룩졌던 그동안의 명세빈은 이제 잊어 주세요."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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