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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FTA 1년] '무관세 효과' 예상보다 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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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칠레 문구류 시장은 원래 중국산의 독무대였다. 칠레인들이 쓰는 볼펜.샤프펜슬 3개중 1개는 중국산(産)이다. 이런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겼다. 지난 1월 한달동안 칠레 시장에서의 중국 문구류 수출액은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수출은 75%나 늘었다.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95%에서 7.25%로 거의 네배로 늘었다.

지난해 4월1일 한국-칠레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문구류 뿐 아니라 우리나라 휴대전화.자동차.컬러TV 제품이 칠레시장을 급속히 파고 들고 있다.

한-칠레 FTA 발효 이후 지난 11개월간 양국간 교역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가 28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발효 이후 지난 2월까지 11개월간 우리나라의 대(對)칠레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8.7%, 수입은 54.3% 늘었다.

액수로는 이 기간 중 수출이 7억3500만달러, 수입은 17억5300만달러를 기록했다.10억1800만달러의 적자를 봤다. 이는 전년(8억여달러)보다 다소 늘어난 수치다.

◆ 예상밖 순항= 2003년 칠레시장에서 한국 휴대전화는 시장점유율 9.5%에 불과했다. 하지만 FTA 이후 관세가 없어지면서 지난해 점유율은 18.1%로 1위인 멕시코(29.2%)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컬러 TV의 점유율도 급상승했고, 자동차 판매도 호조다. 반면 관세철폐 예외 품목인 세탁기와 냉장고의 점유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광물이나 돼지고기.포도주 등의 수입액은 늘었지만 FTA와는 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괴.동광은 원자재 파동으로 수입 단가가 최고 50%까지 올랐고 삼겹살은 광우병 여파와 한국인의 삼겹살 선호 성향으로 많이 들어왔다.

특히 와인은 칠레 와인 브랜드의 인지도 향상, 웰빙 붐 등에 힘입어 FTA 발효전부터 큰 폭의 수입 증가세를 보이고 있었다. 만일 와인을 제외할 경우 농산물 수입은 발효전보다 2.6% 증가하는 데 그쳤다.

◆ 투자확대 등은 기대 이하=칠레에 대한 공산품 수출이 늘고 있는 것을 모두 FTA 덕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라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이영수 전국 농민총연맹 정책부장은 "지난해 남미국가들의 경제 사정이 좋아져 칠레 뿐 아니라 남미지역 전체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신장률이 28%에 달하는 것을 감안할때 칠레 수출 증가를 모두 FTA에 힘입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상품 교역은 활발해졌지만 FTA의 또 다른 목적인 양국간의 투자 확대 및 정부 조달 시장 참여도 아직 기대에 못미친 것으로 평가됐다.

무역연구소 제현정 연구원은 "칠레와 같은 거점지역과의 FTA는 우리 업체가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좀더 넓고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한-칠레간 FTA가 예상밖의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 올해 일본.멕시코.캐나다 20개국과의 FTA 추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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