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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기의 행복한 술래잡기

중앙일보

입력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어릴 때 숨바꼭질 해보셨지요? 숨바꼭질은 감쪽같이 숨는 놀이이면서 동시에 누군가 나를 꼭 찾아나선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놀이기도 합니다. 너무 꼭 숨어서 아무도 나를 못 찾았을 때, 혼자 술래를 기다리던 시간은 얼마나 심심하고 외로웠던지… 그럼, 친구들이랑 같이 놀고 싶어져서 스스로 나와 버리기도 했지요.

그림책 『엄마 누가 난지 알 수 있어요?』(북뱅크)에 나오는 윌리엄의 마음도 우리와 마찬가지였나 봐요. 어느 날 윌리엄은 엄마한테 자신이 친구들이랑 같이 있어도 ‘나를 찾을 수 있냐’고 물어보고는 콕 숨어 버립니다. 하지만 진짜로 못 찾게 하려는 것은 아니지요. 엄마가 자신을 찾았을 때 '앗, 들켰다' 하는 말투에는 오히려 '엄마, 찾아주셔서 너무 기뻐요.' 하는 아이의 깜찍한 마음이 들어 있으니까요.

언뜻 보면 거의 똑같아 보이는 동물들 사이에서 이런 모습, 저런 모습으로 변신한 윌리엄을 찾아내는 엄마의 눈. 그 따스한 눈빛 속에 사랑이 담겨 있지 않다면 그렇게 쉽게 찾아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엄마에게는 윌리엄만의 특별하고 소중한 여러 가지 버릇과 특징들이 분명하게 보입니다.

빨간 스웨터를 입은 오리,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새, 롤러 스케이트를 타는 토끼... 동물로 변신해서 꼭꼭 숨어 있어도 엄마는 윌리엄의 특징을 금세 알아낼 수 있거든요. 이 그림책의 작가는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을 이렇게 '찾는다는 행위'를 통해 너무나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따뜻한 느낌을 주는 그림책
하긴,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람이 많은 놀이 공원이나 역 앞에서 아는 사람을 찾을 때 우리는 무엇을 보고 반가운 그 사람인줄 알 수 있었을까요? 얼굴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 사람만의 몸짓 혹은 분위기, 걷는 모양도 빼놓을 수 없는 단서였겠지요. 사람을 쉽게 찾는다는 것은 이렇게 그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때만이 가능합니다.

그 사람이 소중한 사람일수록 알아보기는 더욱 쉽겠지요. 하물며 태어나서 이만큼 자랄 때까지 키웠던 엄마라면 누구보다도 아이를 잘 찾을 수 있는 게 당연해요.

이 그림책의 또 하나의 특별한 점은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렸으면서도, 아이의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판타지 기법이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있다는 거예요. 윌리엄이 동물들 사이가 아니라 그냥 친구들 사이에 있었다면 이 이야기가 이렇게 흥미롭게 구성되지는 못했을 겁니다.

단순한 형태와 선명한 색깔의 동물 그림 사이에서 눈에 확 띄는 빨간 모자를 쓰고 신발을 신은 채 함께 동물로 변신한 윌리엄의 모습은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톡톡 건드리며 재미를 더해 줍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또 누군가가 자신을 열심히 찾아준다는 것은 분명 아주 소중한 일일 것입니다.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 이렇게 자신 있게 "나를 찾을 수 있지요?" 하고 물어볼 사람이 곁에 얼마나 있을까요?

그래서 이 그림책이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따뜻한 느낌을 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에 한참 환상의 나라에서 놀던 윌리엄이 엄마의 사랑을 듬뿍 확인하고 맛있게 점심을 먹는 장면은 읽는 이에게 적지 않은 기쁨을 안겨 줍니다. 마음도 부르고, 배도 부른 그런 기쁨 말이에요.(이윤주/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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