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학부 과정 개설 융·복합 기술 인재 키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인간 중심 지능형 시스템 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이 지능형 자동차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디지스트)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본부동이 보인다. 그 앞에는 광장이 펼쳐져 있다. ‘비슬노벨가든’이다. 이곳 중앙에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1921년 노벨 물리학상)의 황금색 흉상이 설치돼 있다. 양옆에는 아이작 뉴턴(1642~1727·영국의 물리학자)과 라몬 이카할(1852~1934·1906년 노벨 생리의학상)이 자리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최근 학교 측이 설치했다. 서쪽에는 대형 크레인 6기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기초공사는 끝났고 건물의 뼈대인 철골구조물이 세워지고 있다. 학부 과정의 강의동 신축공사 현장이다.

디지스트가 학부 과정을 개설한다. 내년에 200명을 선발해 2014년 3월 교육을 시작한다. 이에 따라 디지스트는 학부·대학원·연구원의 기능을 갖춘 국내 유일의 국책 교육·연구기관으로 변신한다.

디지스트가 학부 과정을 만드는 것은 ‘디지스트형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다. 학교 측은 학부생을 ‘미래브레인(MIREBrain)’으로 이름지었다. 신물질과학·정보통신융합·의료로봇·에너지시스템공학·뇌과학 등 5개 특화 분야의 영어 머리글자를 따 붙인 이름이다.

학부의 명칭은 ‘융·복합대학’이다. 특징은 기초학문을 3년간 배운 뒤 4학년 때 전공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전공 구분 없이 입학해 3년간 수학·물리·화학·생물학 등 자연과학 분야를 골고루 배운다. 여기에 사학과 철학·음악·미술·체육도 필수적으로 공부한다. 학문 간 융·복합을 통해 창의성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단순한 기술인력이나 과학자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융·복합 과학기술 혁명을 선도할 리더를 기르겠다는 목표에 따른 것이다. 지역에 대한 이해를 통해 국가와 세계를 볼 수 있도록 향토사 강의를 개설하고, 특정 주제를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능력도 가르친다. 학생에게 4년간 악기를 지도해 졸업식 때 관현악 연주회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대학 측은 유연한 사고와 감성을 일깨우는 교육이 융·복합기술의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건강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태권도 과정도 반드시 이수토록 할 방침이다.

디지스트는 이를 위해 새로운 교재를 만들고 있다. 학과 간 벽을 없애는 등 일반 대학과는 전혀 다른 교육과정을 통해 디지스트가 표방하는 5개 특화 분야를 이끌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디지스트에 입학하는 학생은 모두 등록금이 면제된다. 전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비용 부담도 없다. 디지스트는 신입생 중 절반가량이 자체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머지는 외국 대학원에 가거나 창업·취업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사과정에 진학하면 군복무가 면제된다.

디지스트는 벌써 신입생 선발을 고민하고 있다. 융·복합형 인재를 어떻게 가려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창조적인 사고를 가진 이를 뽑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디지스트 기초학부장 최경호 교수는 “새로운 교육 실험이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낼 것으로 믿는다”며 “이를 위해 수능과 학생부는 참고만 하고 단독·그룹 등 다양한 면접을 통해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2040년에는 융·복합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는 게 학교의 목표”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