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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노인 용돈 주는 건 잘못된 정책, 부잣집 대학생에게 등록금 반 보태주는 건 좋은 정책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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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오래전 미국에서의 일이다. 유치원 갔다 온 딸이 춤까지 추며 신이 났다. 학교에서 단체로 치과에 가서 썩은 이빨을 전부 씌우고 왔단다. 입을 벌리고는 번쩍번쩍하는 600만 불의 사나이 같은 이빨을 내 얼굴에 갖다 대며 자랑이다. 재료가 좋아서 그런가. 입만 벌리면 반짝거려서 딸이 입을 벌려 웃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했더랬다.

 유치원도 공짜, 제때 필요한 의료서비스도 공짜, 점심도 공짜, 그것이 바로 무상교육이자 무료복지 혜택이었던 게다. 어쨌거나 돈 걱정 없이 아이들을 다 교육시켰고 다 자란 아이들은 지금 열심히 일하면서 꼬박꼬박 그 나라에 세금 바치며 혜택받았던 것을 되돌려 보답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한국개발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고령자 있는 가구 중 소득 상위 10% 가구의 54%(13만 가구)가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다고 한다. 복지부가 지난 3월 조사한 바에도 강남의 대표적 부촌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961명 중 54명이 이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었다고 했다.

 1인당 최대 9만4600원. 부자노인들에겐 손자손녀에게 과자 사줄 용돈에 불과하겠지만 도움이 절실한 빈곤층엔 큰 도움이 될 터인데 정작 받아야 할 노인들은 정보도 모르고 신청도 못해 혜택을 받지도 못하는 실정이라는데.

 이 기초노령연금이란 것이 가구 경제력이 아닌 본인과 배우자의 경제력만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부유한 자녀와 같이 살고는 있지만 본인은 소득이 없는 부자노인들까지 용돈을 받게 되는 기현상이 생긴 것이다. 하루빨리 지급 기준을 변경해 도움이 절실한 빈곤층 노인들에게 돌아갈 몫을 늘려야 한다고 이 조사 결과를 본 많은 네티즌이 분개했다.

 기초노령연금. 어느 누구도 부자든 빈곤한 노인이든 무조건 다 주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받는 사람 자존심 상관없이, 선별해 빈곤층 노인에게만 주자고 한다. 선별적 복지를 원한다는 거다. 그런데 대상이 대학생이면 문제는 또 다르다. 부자건 빈곤층이건 무조건 반값 등록금 혜택을 받기를 주장한다. 부잣집 자식들은 돈도 있는데 왜 반값 등록금을 내게 하느냐며 펄펄 뛰지 않는다. 보편적 복지를 원한다는 거다.

 어린아이의 경우 무상복지 혜택을 받는 대상이라는 것 자체가 그 나이에 큰 상처가 될 수 있기에, 선별하지 않고 모두에게 주는 보편적 복지가 적합한 방법이라고 한다. 꽤 설득력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미 성인인 대학생의 경우에는 다르지 않은가. 그렇다면 대학원은?

 ‘타워팰리스 노인들에게 용돈 주는 정부’라며 펄펄 뛰고 따지듯이 ‘타워팰리스 대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반값으로 깎아주는 정부’라며 따져야 맞는 거 아닌가. 무차별적 반값 등록금. 이것 하려다가 더 시급한 복지들을 놓칠까 봐 심히 걱정돼서 그런다.

글=엄을순 객원칼럼니스트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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