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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마친 고객에게 주변 커피숍 안내 모바일 카드니까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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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강태 BC카드 사장은 “2013년에 모바일 카드 시장이 폭발할 것”이라고 ‘예언’해 왔다. 하나SK카드 사장으로 재임하던 2010년부터다. “2013년이면 카드 대신 휴대전화로 결제하는 시대가 된다”는 것이다. 당시 업계 최초로 모바일 카드를 출시하며 시장을 개척해 온 그다. BC카드 사장 취임 100일을 맞은 그를 14일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만났다. 그의 일성은 마찬가지였다. “내년에 정말 시장이 폭발합니다. 1년 뒤면 모바일 카드 회원이 300만 명에 육박할 겁니다.”

 -폭발이라고 하기엔 아직 시장이 잠잠하다.

 “시장 폭발이 코앞에 와 있다고 확신한다. 전체 모바일 카드 시장 매출액(월 120억원가량)이 지난해의 10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하나SK사장을 그만두고 올여름 BC카드 사장직을 제안받았을 때 솔직히 고민했다. 노년을 편히 보낼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시장이 폭발하는 걸 관악산에서 막걸리 마시며 구경하고 싶지 않아 왔다.”

 -업계 전체 회원이 100만 명도 안 되는데.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BC카드는 10월에야 모바일 카드를 본격 출시했는데 매달 두 배로 회원이 늘고 있다. 시장이 캐즘(chasm·초기 시장이 주류 시장으로 성장하기 전 잠시 주춤한 상태)을 넘어섰다. 앞으로 더 빨리 성장할 것이다.”

 -왜 모바일카드에 집착하나.

 “하나SK도 그랬지만 BC카드도 카드 업계 마이너리티다. 브랜드가 밀리는데 주류와 같은 규칙을 놓고 경쟁하는 건 한계가 있다. 지난 10년 카드 시장을 봐라. 현대카드를 빼고 나면 업계의 순위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게임의 규칙을 바꿔야 한다.”

 -모바일 카드는 규칙이 다른가.

 “할인이나 적립금으로 경쟁하는 시장이 아니다. 얼마나 편리한지, 나와 감성이 통하는지, 이런 점이 카드 선택의 기준이다. 이 시장에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제휴나 광고로 승부하는 게 아니다. 식사를 마친 고객에게 가까운 커피숍을 안내해주고, 술을 마신 고객에게 대리운전 연락처를 보내줄 수 있다. 고객의 소비 패턴을 훤히 아는 카드사만이 할 수 있는 마케팅이다.”

 그는 IBM과 LG유통, 삼성테스코를 거친 정보기술(IT)통이다. 30년 전 ‘은행신용카드협회’로 출발한 BC카드의 문화를 가리켜 “협회 물이 안 빠졌더라”고 했다. 최근 과장급 직원을 대거 팀장에 앉히는 등 파격 인사를 단행한 것도 그래서다. 중간 조직의 생산성을 확 올리겠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건가.

 “아니다. 중간층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새 사업기회를 찾아줄 생각이다. 중간층이 얼마나 많으냐, 월급을 얼마나 주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각자 받는 월급 값을 하면 되는 거다.”

 -요즘 카드시장이 어렵다. 어떻게 할 계획인가.

 “카드 시장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래도 성격상 백스텝(back step·뒷걸음질)은 못 밟는다. 지금 10만 명인 모바일 카드 회원을 내년까지 150만 명으로 늘리며 시장 1위에 오를 거다.”

 그는 “내년 말에 꼭 목표를 달성하고 샴페인을 따겠다”고 했다. 그럼 실패하면. “까나리 액젓 원샷.” 이렇게 말하고 그는 크게 웃었다.

캐즘(Chasm)  초기 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제품의 수요가 일시적으로 주춤하거나 줄어드는 것. 초기엔 혁신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얼리어답터)에 의해 주목을 받더라도 실용성을 중시하는 주류 시장 소비자가 이를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단절 현상이 생긴다. 원래는 지층 사이에 틈이 생겨 단절된 것을 뜻하는 지질학 용어다. 미국 컨설턴트 제프리 무어가 1991년 이 단어로 벤처 업계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며 마케팅 이론으로 확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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