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흔드는 조희팔 커넥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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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조희팔(55) 사기 사건에 대한 본격 수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고검 김모(51) 검사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놓고 검경 갈등이 이어지면서다.

 조씨는 ‘단군 이래 최대 다단계 사기범’으로 불린다. 전국에 10여 개 피라미드업체를 차리고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고수익을 낸다며 2004년부터 5년간 4만 명이 넘는 투자자를 모아 3조5000억원 규모의 돈을 가로챘다. 그는 경찰 수사가 본격화된 2008년 말 중국으로 밀항했다. 밀항 당시 경찰이 좌표까지 찍어줬다는 의혹과 함께 경찰 고위 간부와 정권 실세의 이름이 거론됐다. 이를 포함해 각종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진행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잠잠해지나 싶던 사건은 조씨 사건 수사 책임자였던 대구경찰청 권모(48) 총경이 조씨 등으로부터 9억원을 받은 의혹 때문에 올 초 파면되면서 다시 불거졌다. 경찰은 조씨 일당을 잡지 못했다는 이유로 권 총경에 대한 수사를 유보했다. 경찰은 지난 5월에는 “조씨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당시 “지난해 12월 19일 중국 칭다오 위하이시의 한 호텔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며 장례식 동영상과 사망진단서를 공개했다.

  하지만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그 무렵 중국 공안과 협조해 공범 강모(44)씨와 최모(55)씨를 국내로 압송해 조사했다. 김수창(50·연수원 19기) 특임검사가 당시 서부지청장이었다. 검찰은 또 “조씨 사망설이 의심스럽다”며 중국 공안에 조씨 사망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다.

 발끈한 경찰도 이때부터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를 투입해 조씨 주변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 관련 계좌를 2000여 개 추적했다”며 “이 과정에서 김 검사의 비위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또 지난 9월 조씨 등에게서 향응을 받은 혐의로 대구경찰청 소속 정모(37) 경사를 구속했다. 정 경사는 조씨 사기 사건의 수사 담당자였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12일 “검경이 최근 조씨와 관련한 첩보를 경쟁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안다”며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의 비리가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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