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합회 출범으로 한국도 국제화학산업단체협의회(ICCA)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한국이 세계 7위 규모의 화학 강국이지만 대표성 있는 단체가 없어 그동안 이 협의회에 명함을 내지 못했다. 성 회장은 "ICCA에 가입하면 국내 화학업계의 권익을 더욱 효율적으로 옹호할 수 있다"며 "우리 화학산업은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환경기술(ET) 등의 발전에도 이바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회장은 LG의 화학산업을 세계 수준으로 키운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산대 화공과를 졸업하고 1963년 LG그룹의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에 입사한 성 회장은 78년 ㈜럭키 이사로 승진했다. 올해초 LG석유화학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기까지 무려 27년간 임원으로 활동했다. 또 89년부터 16년간 대표이사를 지냈다. 직원으로 보낸 기간보다 이사에서 대표이사 회장까지 임원으로 활동한 기간이 훨씬 더 긴 셈이다. 그래서 LG에선 성회장을 '샐러리맨의 신화'로 부른다.
성 회장에게 42년간 성공적으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그는 "주인의식을 갖고 일해야 한다"며 "한번도 스스로 월급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주인은 항상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한다"며 "지루해하거나 매너리즘에 빠질 시간이 없었다"고 LG에서의 직장생활을 회고했다.그는 매일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 부하직원보다 한발 앞서 출근했다. 성 회장은 "사심(私心)이 있으면 후배를 컨트롤할 수 없다"며 리더의 도덕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성 회장에게 한보 정태수 전 회장의 '머슴론' 얘기를 꺼냈다. 한보 청문회 때 정 전 회장은 자기가 앉힌 최고경영자에 대해 "머슴이 뭘 알겠느냐"는 발언을 했었다.
성 회장은 "(그런 시각은)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그는 "글로벌 경영으로 기업 환경이 바뀌면서 결정할 것이 너무 많아졌다"며 "모두가 머슴이라면 오너 한사람이 24시간 잠 안자고 혼자서만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이공계 출신인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회계학을 독학했다. 그는 "이공계 출신이 경영자로 크기 위해서는 생산현장에만 있지말고 재경(財經)분야에서도 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경영지표를 중시하는 '숫자 경영'을 한 것도 후배들에 긴장감을 주고 더 많이 준비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다.
성 회장은 최근의 의대 열풍에 대해 "젊은이들이 너무 쉽게 살려고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앞으로 이공계 출신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인 만큼 오히려 이럴 때 이공계에 가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