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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팬클럽 "정당으로 전환" 安캠프 반응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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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4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마중물 여성연대’ ‘미래여성네트워크’ 등 9개 여성단체 회원 15명이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이들은 “여성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여성 지위 향상과 사회참여 확대에 획기적인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지 선언을 주도한 단체는 박 후보의 핵심 외곽조직인 국민희망포럼이었다. 포럼의 김덕배 조직부 총장은 “현재 회원이 67만여 명이다. 지난 한 달간 20만 명이 늘었다. 당원은 2%가 안 되고 모두 일반인”이라고 말했다. 이 포럼 회원은 그간 2만여 명으로 알려져 있었다.

#장면2.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동화빌딩 5층. 문재인 후보의 시민캠프 내 담쟁이 카페에서 ‘좋은 사람 네트워크’ 발대식이 열렸다. 전통무예인연대·태권도인연대·조리사연대를 비롯한 직업인 모임과 서울·부산·대전 등 지역별 모임의 연합 조직이다. 70여 명이 참석한 이날 발대식에서 강대우 공동대표는 “2만7000여 명의 회원 일동은 단일화 국민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혼(魂)을 실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면3. 무소속 안철수 후보 지지모임인 CS코리아는 조만간 조직을 정당으로 바꿀 계획이다. 박남근 사무총장은 10일 “다음 주 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창당준비위원회 등록을 할 예정이다. 현재의 팬클럽 형태로는 활동에 제약이 많아 바꾸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명은 ‘다함께 행복한 세상 대한민국 혁신당’(가칭)으로 정했다. 지난 5월 결성된 CS코리아는 회원이 빠르게 늘어 지난달 말 현재 10만여 명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안 후보 지지모임인 철수 산악회.국회의사당 인근인 서울 여의도 삼보빌딩 2층에 있는 중앙본부에 지난 8일 들어서자 산악대장과 같은 등반 조직뿐 아니라 정책·기획·홍보 같은 정당형 부서도 함께 있었다. 조직은 인물·자금과 함께 선거 승리를 위한 핵심 요소다. 인물이 선거의 간판이고 자금이 윤활유라면 조직은 뼈대다. 선거 전면엔 공조직이 나서지만 승리를 위해선 2선에서 활동하는 사조직·지지모임 같은 외곽조직이 필수적이다. 선진국민연대·연청·월계수회 같은 조직은 과거 대선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이번 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세 캠프 모두 겉으론 ‘사조직’이란 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외곽 조직은 존재한다. 자발적 지지모임과 우호적인 조직들이다.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이철희 소장은 “이번 대선의 외곽조직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선거 환경이 크게 바뀌었고, 세 후보 모두 깨끗한 선거를 앞세우고 있으며, 후보들이 사조직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게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빅3 후보의 외곽 조직은 다소 차이가 나지만 야권 단일화를 앞두고 세(勢) 확대 경쟁은 공통적이다.

朴캠프 “외곽 지지 모임 100만 명”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외곽조직들은 최근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사기업·공기업에까지 파고든다.

지난달 하순 박 후보의 팬클럽 ‘박사모’ 사이트엔 ‘쌍용차 사업장에 박사모 직능지회가 설립됐다. 입회 원서만 300장이 넘는다’는 글이 올랐다. 곧이어 ‘대한석탄공사 노조 도계지부에 직능지회가 설립됐다. 입회원서만 100부가 넘는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박사모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50만 장 임명장 발행’을 목표로 조직을 확장하고 있다. 박사모 정광용 회장은 최근 “입회원서 50장을 받아오는 분에겐 지회장 자격을 드린다”고 밝혔다. 현재 박사모의 인터넷 회원은 7만여 명이다.

박 후보의 외곽조직은 다른 두 후보에 비해 뿌리가 깊다. 박 후보가 1997년부터 정치를 시작한 데다 2007년 대선 경선을 치르며 조직이 더 단단해졌다. 국민희망포럼과 박사모 외에도 산악회 모임인 청산회(7만 명)와 팬클럽 호박가족(8만 명)·근혜동산(1만2754명) 등이다. 여기에 함승희 전 의원이 이끄는 사회주도층 인사 모임인 ‘포럼오래’가 2009년,김광두 원장이 이끄는 정책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이 2010년 발족했다. ‘뉴한국의 힘’ ‘US한나라포럼’ 등 해외 조직 5개도 재외국민선거가 가능해지면서 발족했다. 박 후보는 단체가 행사를 할 때 직접 참석하거나 축전을 보낸다.

박근혜 후보 캠프는 전국의 친박근혜 성향 단체가 113개,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캠프에서 조직을 담당하는 이성헌 국민소통본부장은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당이 조직적으로 관리하기는 힘들지만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는 테두리에서 박 후보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文 캠프 “선대위 시민캠프가 예전 외곽조직”
‘용광로 캠프’를 표방하는 문재인 후보 측은 선대위 산하 ‘시민캠프’가 과거 대선의 외곽조직 역할을 한다. 조직담당인 우윤근 동행1본부장은 “문 후보를 좋아하지만 당 조직에 들어오긴 부담스러운 지지자들이 조직을 만들어 자유롭게 활동하는 공간”이라며 “대외협력위원회, 종합상황실을 통해 다른 조직과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9일 현재 시민캠프 내엔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2030네트워크’, 장애인의 정치참여를 위한 ‘장애청년 정치참여 네트워크’ 등 100여개의 크고 작은 지지모임이 만들어져 있다. 주제·지역별로 네트워크나 포럼의 이름이 갈린다. 진광현 공보팀장은 “시민캠프는 공동대표만 28명”이라며 “전체 참여자는 수십만명 이상으로 예상한다. 수평적·자발적인 시민캠프 특성상 전체 인원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시민캠프 참여자들은 문 후보가 참석하는 행사에 지원을 나가거나 온 ·오프라인에서 정책 홍보 등에 나선다. 김효진(51) 장애여성 네트워크 대표는 “문 후보가 장애인 정책 마련에 가장 적극적이라 시민캠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9일 휠체어를 탄 채 광화문에서 투표시간 연장 1인 시위를 했다. 팬클럽 조직은 시민캠프에 속하진 않지만 또 다른 주요 외곽조직이다. ‘문재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문사모·1만4000여 명),젠틀재인 (5500여 명), 문풍지대(1100여 명)가 3대 팬클럽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수십 개의 팬클럽이 있다. 문사모 박지현(46) 대표는 “온라인 활동이 중심이지만 문 후보 예비경선에서 지지자로 나간 것을 비롯해 오프라인에서도 다양한 지지 활동을 한다”며 “문 후보가 글을 남기지는 않지만 가끔 와서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安 캠프 “자발적 정책포럼 500개”
안철수 후보의 외곽조직으론 팬클럽과 지역별로 만들어진 국민포럼이 있다.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정책 관련 국민포럼만 500여 개라는 게 캠프 측 설명이다. 팬클럽은 ‘안철수와 해피스’(1만 명)를 비롯해 ‘안철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2만9000여 명), ‘철수처럼’(5500여 명), ‘나철수’(1000여 명) 등 수십 개에 달한다. ‘CS코리아’(10만여 명)처럼 정당조직으로의 변신을 시도하는 모임도 있다. 철수산악회(2만여 명) 엄대우 회장은 “현재는 팬클럽 형태지만 조만간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언제든 오프라인 정당조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공식 팬클럽’으로 불리는 ‘안철수와 해피스’는 지난 3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 (KINTEX)에서 첫 오프라인 전국대회를 열었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지지자 3500여 명은 안철수 후보와 함께 음악·샌드아트 공연 등 문화 행사를 즐기며 안 후보를 지지했다. 안 후보는 무대에 올라 ‘젊은 그대’를 불렀다. 해피스는 안 후보가 전국을 돌며 ‘청춘콘서트’ 할 때의 자원봉사자들이 중심이다. 해피스 오태양 사무국장은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안철수 후보 개인이라기보다는 안철수 현상”이라며 “기성 정치와 정당에 실망한 청년·시민이 참여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당 조직 변신 등엔 부담감
빅3 후보 캠프는 자발적인 지지모임에 대해 ‘고맙다’는 입장이지만 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해 후보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 지지모임인 ‘행복 플러스 희망포럼’은 지난해 11월 관광버스 10대에 주민 383명을 태워 천리포 수목원 등을 돌며 식사 등을 제공한 혐의로 올해 7월 사무국장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공동대표 2명이 각각 5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관광길에 올랐던 주민들에게도 1인당 수십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지난 7월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팬클럽 출신 60대 남성이 김문수 경기지사의 멱살을 잡아 논란을 일으켰다.

정당 조직으로의 변신 등 적극적인 지지에 부담감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CS코리아의 정당 조직 전환에 대해 안 캠프의 한형민 공보실장은 “적극적인 지지는 고맙지만 우리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거다. 그렇게 만들어진 정당과 관계를 맺을 계획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순수한 지지가 아니라 대선 승리 후 자리를 바라고 적극적으로 자발적 지지에 나선다는 시선도 있다. 명지대 김형준(정치학) 교수는 “사조직·외곽조직은 지지세 확산이란 달콤함이 있지만 나중에 비리·논공행상 문제가 따르기에 후보들은 당장 정권을 잡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집권 이후까지 고려해 지지 모임을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염태정·백일현·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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