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의 시각문화 다시 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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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사학계에서 지난 몇년 새 두드러진 변화를 꼽는다면 근대미술에 관한 관심 증가다.

1980년대와 90년대 전반까지 전통미술 연구와 서양미술사 연구로 양분돼 있던 미술사학계는 특히 서양미술사 전공자들이 국내 미술로 눈을 돌리면서 근대미술에 대한 연구 열기가 달아올랐다.

외국 미술을 공부하는 데 따른 한계, 미술사로 축적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짧고 지층이 얕은 한국 현대미술의 상황을 나름대로 돌파하기 위한 대안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근현대미술연구회가 기획하고 김영나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가 엮은 '한국근대미술과 시각문화'(조형교육 펴냄)는 이런 최근 흐름을 보여주는 연구서다.

서울대와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박사과정에 있는 연구자 11명이 내놓은 논문들은 '이인성의 향토색:민족주의와 식민주의'(김영나)부터 '일제하 이왕가 박물관의 식민지적 성격'(목수현)까지 넓은 관심 분야와 다양한 시각을 보여준다.

이 책을 엮은 김영나 교수는 "회화나 조각과 같은 고급 미술의 영역뿐 아니라 각종 시각매체들까지 연구의 대상으로 포함시킴으로써 근대의 시각문화라는 보다 큰 틀을 통해 근대미술을 다시 바라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미술사학계에서는 한국서양미술사학계가 이제 우리 근대미술에 천착하면서 비로소 제대로 된 미술사 연구업적을 내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02-325-0421.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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