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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장순국 "사극 무술은 나의 천직"

중앙일보

입력

"제가 극중에서 벤 병사만 합쳐도 야산 하나는 덮을 겁니다. "

TV 사극에 일가견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KBS '태조 왕건' 에서 고려 태자의 무예 스승으로 나온 '장수장' 이란 인물을 주목할 만하다. 지난 5일 방영분에서 함정에 빠진 태자 무를 구하고 숨진 중견 탤런트 장순국(50) 씨 말이다.

장씨는 소위 말하는 스타는 아니다. 그 흔하다는 인터뷰 한번 해 보지 못했다. 그러나 실감나는 전투신이 필수인 사극에서 경험 많은 그는 없어선 안될 존재다.

'태조 왕건' 에 앞서 방영된 드라마 '용의 눈물' 에선 태종의 측근 이숙번의 부장 역할을, '왕과 비' 에서는 내금위장으로 출연하면서 각 1백회 이상 얼굴을 비쳤다.

장씨의 무장(武將) 인생을 모아보면 대략 25년이 된다. 출연한 사극만 50여편이 넘는다.

데뷔초 칼에 맞아 숨지는 병사 역을 단골로 했던 그지만 세월이 흘러 이젠 대부분의 사극에서 장수로 승진했다.

1978년 '소년 홍길동' 이란 프로에서 활빈당 요원으로 출연했을 때, 현재 SBS '여인천하' 의 주인공 강수연이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니 격세지감을 느낄 만도 하다.

그는 또 사극 출연과 함께 무술 감독으로서의 경력도 쌓아왔다. 80년부터 3년간은 KBS 인기 프로였던 '전설의 고향' 에서 소복 귀신들의 신들린 액션 연기를 지도했다. 현재는 KBS2 '명성황후' 의 무술감독을 맡고 있다.

장씨는 정도술(正道術) 이란 전통 무술의 계승자다. 그밖에 합기도.태권도.검도 등 안해 본 운동이 없다고 한다. "몇 단이냐" 고 묻자 "하도 거품이 횡행하는 세상이라 밝히고 싶지 않다" 고 잘라 말한다.

대화하는 동안 한번도 허리를 굽히는 법 없이 꼿꼿하다. 이렇듯 무술인이라고 불려야 마땅할 그가 사극에 깊이 빠져든 이유는 뭘까.

그는 "장대한 스케일, 남성다움, 드라마가 끝난 후 느끼게 되는 완성감이 사극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며 "그래서 지천명의 나이에도 이렇게 직접 액션 연기를 하게 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사극 촬영에는 위험도 많이 따른다. 얼마 전에는 타고 있던 말이 더위를 먹어 갑자기 뒹구는 바람에 오른쪽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

"사극은 일반 드라마보다 발성법이 어렵고, 무엇보다 격하기 때문에 젊은 연기자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고 지적한 그는 연기자 중 임동진.한진희.최수종.김혜리 등을 프로로 꼽았다. 따로 시간을 내 말타는 연습을 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이 본받을 만하다는 것이다.

장씨는 '태조 왕건' 은 떠났지만 '명성황후' 에서 화려하게 부활할 거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화면이 밋밋했지만 이젠 임오군란.청일전쟁 등 화려한 전투신이 기다리고 있다" 며 "장관을 연출해 내겠다" 고 의지를 밝혔다.

최근 사극이 최고의 전성 시대를 맞고 있지만, 그 성공 뒤에는 장씨처럼 장면 장면을 책임져 주는 명 조연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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