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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스코, 4년 뒤 행사까지 이미 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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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6월 열린 라이온스클럽 세계대회 참가자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주 행사장인 벡스코 인근 도로에서 행진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수인(48) 부산전시컨벤션센터(벡스코) 컨벤션 팀장은 부산에서 가장 바쁜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이 팀장은 지난달 23일 해운대 누리마루에서 미주개발은행(IDB) 2015 연차총회 유치를 위한 설명회(PT)를 했다. 그는 10여 명의 IDB 실사단 앞에서 주행사장 벡스코와 숙박, 교통, 관광, 지원사항 등을 자세하게 설명한 뒤 현장을 안내했다. 이 설명회가 끝나자마자 이번에는 국제전기전자학회(IEEE) 유치를 위한 설명회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팀장은 이틀 밤을 새우며 자료를 준비했다. 그 자료를 챙겨 설명회가 열린 대만으로 출장 간 부하직원으로부터 2015년 IEEE 개최지로 벡스코가 결정됐다는 낭보를 들었다. 이 팀장은 “실사단이 감동하는 PT가 되어야만 국제행사를 유치할 수 있다. 팀원들이 행사 하나를 유치하기 위해 3개월 전부터 준비하는데 행사가 겹칠 경우가 많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컨벤션시티로 우뚝 선 부산의 중심에는 벡스코가 있다. 2001년 5월 개장한 벡스코는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뒤 전국 12개 전시컨벤션센터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흑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개장 초기에는 적자 운영이 뻔하다는 우려도 많았으나 2002년 한·일 월드컵 조 추첨을 시작으로 권위 있는 국제행사를 유치하면서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2005년에는 세계 21개국 정상이 참가한 외교행사인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거뜬히 치러냈다. 벡스코의 행사 계약은 제27차 세계인구총회(2013년, 2500명), 국제전기통신연합(ITU)전권회의(2014년, 3000명), 제7차 세계수산회의(2016년, 2000명) 등 4년 뒤까지 유치해 놓고 있다.

 부산이 국제행사 장소로 인기를 끄는 원인으로는 다양한 컨벤션 시설, 풍부한 숙박시설, 비즈니스와 관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여건, 관련 기관들의 완벽한 지원체계 등을 꼽을 수 있다. 부산 시내에는 국내에서 둘째로 큰 전시컨벤션센터인 벡스코와 크루즈선, 갤러리 등 300여 개의 크고 작은 행사장이 있다. 또 특1급 호텔부터 유스호스텔까지 참가자의 욕구에 맞는 다양한 숙박시설 5만5000여 개가 있다. 특히 벡스코 주변인 해운대에 9000여 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어 참가자들의 동선을 크게 줄여준다. 컨벤션시설 주변 10분 거리에 관광지와 세계 최대규모의 백화점 등이 몰려 있다. 자동차와 조선, 기계공업 단지도 가까워 국제행사 참가자들이 산업시찰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KTX 개통으로 수도권까지의 이동 시간이 단축돼 교통 불편을 크게 덜었다.

 그러나 부산이 글로벌 도시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특급 또는 1급 호텔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비즈니스급 호텔이 부족하고 대중교통망도 편리하다고 자랑할 수 없는 수준이다. 부산지역 특급호텔 하루숙박료는 300∼400달러여서 일반 컨벤션행사 참가자들이 묵기에는 부담스럽다. 하루 100∼150달러 수준의 비즈니즈 호텔이 늘어나야 한다. 고급 컨벤션 행사는 셔틀버스를 운행하지만 중형 규모 이하의 행사 참가자들은 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다은 부산관광컨벤션뷰로 팀장은 “100여 년의 컨벤션 역사를 가진 유럽 도시들에 비해 부산은 체계적인 관리가 아직은 부족하다. 더 많은 예산 지원과 관심으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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