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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각 스님이 말하는 한국 불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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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현각 스님을 따로 만났다. 그와 달라이 라마의 대면은 처음이다. “달라이 라마가 어떤 분인 것 같으냐”고 묻자 “평범한 스님”이라고 잘라 말했다. 평범해서 위대하다는 거다.

 “어떤 말이 인상 깊었나”라고 되묻자 “통역자 어깨에 팔을 두른 행동”이라고 대답했다. 지위나 명성에서 큰 차이가 나는 사람도 친구처럼 대하는 그 작은 행동이 진짜 가르침이었다는 얘기다.

 “모든 생명은 다 평등하다는 게 불교의 가르침이잖아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권력자나 연쇄살인범이나 인간 본성은 다 같은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 모두에게 항상 자비심을 품어야죠.”

 미국 예일·하버드대에서 공부한 스님은 숭산(1927∼2004) 스님에게 감화돼 1990년대 초반 출가했다. 99년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유명인사가 됐다. 2008년 독일 뮌헨에 선방 ‘불이선원’을 차려놓고 유럽에 불법을 전하고 있다.

 그는 한국 불교에 한마디 조언도 했다. “한국불교가 좀 경직돼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었다. “한국사회의 수준이 제가 처음 한국에 왔던 20년 전보다 몰라보게 높아졌는데 종단은 전통, 전통만 강조하고 있어요. 아직도 비구니 스님들은 총무원장 피선거권은 물론 투표권도 없습니다, 유럽인 중에 이런 얘기 들으면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죠.”

 스님은 보다 유연한 시스템을 제안했다. “외국인의 경우 한국말을 할 줄 알아야 사미·비구계(戒)를 받아 출가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의 출가를 배척하는 건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 아닐까요. 과거 스승 숭산 스님은 공부하는 데 한국말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며 배우지 말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세 명의 유럽인을 한국의 절로 보내 출가시켰고 한 명이 출가 준비 중”이라고 했다. 제자를 두게 된 심경을 묻자 “나의 부족한 부분이 더 싫어진다. 난 스승 하지 않고 그냥 출가하려는 사람만 한국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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