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상훈, 야구로 돌아왔다 옛 스승 김성근이 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이상훈(왼쪽)이 김성근 감독의 고양 원더스 코치로 현역 은퇴 8년 만에 야구계에 복귀한다. [중앙포토]

‘야신’이 ‘야생마’를 끌어안았다.

 국내 최초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김성근(70) 감독이 6일 이상훈(41)을 투수코치로 임명했다. 이상훈 코치는 17일 제주도에서 시작되는 고양의 가을캠프부터 젊은 투수들을 가르칠 예정이다. 국내 프로야구 출신 중 처음으로 한·미·일 야구를 모두 경험한 이상훈은 2004년 선수 은퇴 후 8년 만에 지도자로서 야구계에 복귀하게 됐다.

 코치가 됐다고 해서 ‘야생마’를 길들일 생각은 야신에게 없다. 김 감독은 “개성과 투지가 넘치는 선수가 이상훈이었다. 고양 선수들에게 그 색을 입히고 싶다. 이상훈이 선수들의 잠재력을 깨우는 촉매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감독에게 부담일 수도 있는 코치의 개성을 김 감독은 최대한 살려줄 작정이다. 고양 선수들이 왕년의 이상훈처럼 씩씩하고 자신 있게 플레이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선수 시절 이상훈은 구단과 사이가 좋지 못했다. 스프링캠프 때 기타를 가져가는 것을 반대했던 이순철 전 LG 감독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은퇴 후 이상훈은 록밴드 ‘왓(WHAT)’의 리더로 활동했고, 최근에는 사회인 야구교실을 운영했다. 현역 시절 ‘야생마’로 불렸던 그는 은퇴 후에도 자유로운 삶을 살았다. 2009년 말 LG가 이상훈을 코치로 영입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가 특정 팀에 소속돼 코치로 활동하는 건 좀처럼 상상할 수 없었다.

 고려대 시절부터 초특급 왼손 투수였던 이상훈은 1993년 LG에서 데뷔해 94년 18승, 95년 20승을 거둔 뒤 98년 일본 주니치에 입단했다. 미국 보스턴(2000~2001년)을 거쳐 2002년 LG로 돌아왔을 때 사령탑이 김 감독이었다.

 이상훈은 선수단을 강하게 휘어잡았던 김 감독을 찾아가 “머리칼을 기르는 것만 이해해 주십시오. 다른 규율은 스스로 엄격하게 지키겠습니다”라고 용감하게 말했다. 김 감독은 “그의 개성을 인정했다. 이상훈이 결국 약속을 지키더라. 그 뒤부터 이상훈을 믿게 됐다”고 떠올렸다. 김 감독은 이상훈을 잘 다뤘고, 이상훈은 김 감독을 잘 따랐다.

 이상훈은 지난 9월 고양과 2년 재계약을 한 김 감독을 찾아 “저를 받아주신다면 고양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고 싶습니다”고 부탁했다. 결국 이상훈은 지난 5일 고양과 코치 계약을 했다.

 하송 고양 단장은 “이 코치를 영입하게 돼 영광이다. 그러나 초임 코치인 만큼 기존 코치들보다 낮은 조건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이상훈은 “나는 김성근 감독님께 배우러 왔다. 금전적인 부분은 구단에 일임하겠다”고 말했다.

하남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