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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선 후보들, 언제 토론회 나설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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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유력 대선 후보들이 후보 토론회 무산을 놓고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후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지향하는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토론이 사라진 선거’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어제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거부해 KBS 대선 후보 순차 토론의 전체 일정이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 측도 “이러다가는 (후보 등록 후) 3회의 법정토론을 제외하고는 어떤 TV 토론도 볼 수 없을지 모른다”며 박 후보 측을 비판했다. 이에 박 후보 측은 “KBS 자체 사정으로 연기된 것”이라며 “(박 후보는) 확정된 후보이기 때문에 아직 확정되지 않은 후보(문재인·안철수 후보)들의 의견을 먼저 들어보고 하겠다는 의견을 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공방만 벌이고 있는 후보들의 모습은 정책선거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후보 토론회는 후보들이 국정 현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듣고 검증할 수 있는, 선거운동 과정의 중요한 장치다. 하지만 지난 9월 세 명의 후보가 확정된 이후 지금까지 후보 간 토론회는 물론 후보별 순차 토론회도 열린 적이 없다.

 1997년 대선 때 후보 토론회가 처음 도입된 뒤 2002년 27회, 2007년 11회에 걸쳐 대담·토론이 열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많은 유권자가 후보들이 토론회에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고 있다. 정책과 관련된 충분한 이해와 확신이 없거나 검증과 관련돼 떳떳하게 해명하지 못하는 군색한 태도가 아닌가 의심된다. 각 캠프의 여러 가지 고려는 유권자들에게 그저 핑계로 들릴 뿐이다.

 지금까지 후보들은 토론회 참석은 외면한 채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나 이익단체 행사 등에 참석해 정책을 발표하는 일방적인 소통만 해왔다. 정말 확신에 찬 정치 지도자라면 토론자들로부터 질문과 비판을 받아가면서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쌍방향 소통의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선거운동인 동시에 후보들이 그토록 외치는 정치 선진화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