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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 컬러 비슷… 10년 전보다 단일화 수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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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호 07면

민주통합당 문재인 캠프의 신계륜(58·4선 의원·사진) 특보단장은 10년 전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비서실장이었다. 노 후보에게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의 단일화를 건의했다. 막판엔 협상에 직접 나섰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주도한 신계륜 민주통합당 의원

신 의원을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그는 “이번에도 단일화는 반드시 된다. 그때(2002년)보단 용이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조건으로 정치쇄신을 내건 데 대해 “(민주당은) 쇄신할 수 있는 건 다해야 한다. 대신 안 후보가 (당에)안 들어오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본지 인터뷰 뒤 문 후보를 비공개로 만나 단일화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김한길 최고위원이 쇄신과 지도부 퇴진을 촉구하며 사퇴하고 이종걸 최고위원의 사퇴가 거론되는 상황에 대해선 3일 추가 인터뷰를 했다. 신 의원은 “물러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내분·정파 싸움이 생길 수 있다. 문 후보가 맡겨달라고 한 만큼 지켜보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안 후보가 2일 “계파를 만들고 총선을 망친 분들이 잘못”이라고 말해 친노무현계를 공격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선 “발언의 취지나 배경을 쉽게 단언할 수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후보 단일화 논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듯했다.

-2002년 단일화 협상은 어땠나.
“먼저 이해찬 협상단장이 나섰지만 결렬됐다. 단일화가 물 건너가 정권을 얻기 힘들다는 비관적 분위기였다. 이후 노 후보가 내게 협상단장을 맡겼는데 힘들었다. 실패하면 정치를 관두고 이민 가려 했다.”

-노 후보가 협상을 맡긴 이유는.
“내가 후보 단일화를 주장했고, 386 정치인들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일 게다. 노 후보는 처음엔 자기를 몰아내려는 사람이 단일화를 추진한다고 생각했다. 실제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는 노 후보를 몰아내려 했다. 하지만 단일화를 요구하는 야권의 건강한 흐름도 있었다. 그걸 노 후보가 모르고 있어 (내가) 말씀드렸다.”

-두 후보 간 성향 차이가 컸는데 단일화를 만든 비결은.
“국민의 힘이다. 처음엔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 대선이 가까워지자 비(非)이회창 세력이 모였고 단일화하란 여론이 77%까지 됐다. 이런 여론의 압력을 이겨낼 지도자는 없다. 이번에도 (단일화는) 반드시 된다. 여론이 점점 커질 거다. 새누리당 지지자를 빼면 더 크다. 그 여론에 저항할 안철수, 문재인 후보가 아니다.”

-협상 때 어려웠던 점은.
“초기 여론조사에선 노 후보가 정 후보에게 뒤졌다. 여론조사로 단일화하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다. 하지만 노 후보가 대담한 양보로 여론조사를 수용했다. 이후 정 후보 측은 역선택 방지책을 둬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최근 이회창 후보가 얻은 최하위 지지율보다 단일화 여론조사 때 이회창 지지율이 더 작게 나올 경우 무효로 한다’는 단서 조항을 받았다.”

-노 후보가 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나.
“단일화를 안 하면 상대(이회창 후보)에게 지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 설사 못 이겨도 단일화하는 게 차선이라고 노 후보도 생각했다. 그런 정치인 같지 않은 진실한 마음이 국민에게 읽혀져 오히려 이긴 것 같다.”

-임명직 공직자 50%를 나누는 공동정부안을 논의했나.
“(1차 협상자였던)이철과 이해찬이 만나 그런 얘기를 한 것 아닌가. 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고 상대 후보 쪽도 그런 얘기를 안 했다. 다만 정 후보 측 사람이 후보 단일화 뒤 선거 공조 단계에서 ‘정 후보가 외교부 장관을 하고 싶어한다’ 는 뜻을 전했다.”

-2002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비슷한 건 당 후보가 바깥 후보에게 여론에서 진다는 거다. 당시 노 후보가 정 후보에게 졌는데 지금은 문 후보가 안 후보에게 진다. 이회창 후보처럼 박근혜 후보가 앞선다. 다른 점은 민주당에 후단협 같은 조직적 반란이 없다는 거다. 또 정몽준은 노무현과 컬러가 달랐는데 문재인·안철수는 비슷하다. 시대도 변했다. 젊은이들이 선거에 나서려 한다.”

-당시보다는 단일화가 쉬울 거란 뜻인가.
“그때보다는 용이하다.”

-안 후보는 11월 10일 후 논의하자는데.
“안 후보는 여론조사 방식을 선호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당원·지지자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여론조사 플러스 선거인단 또는 그에 준한 경선이 필요하다.”

-경선이 어려워진다면.
“협상을 해봐야 된다.”

-비공식 논의 채널은 없나.
“없다. 개인적으로 의견을 교류할진 모르지만 비밀 협정은 없다.”

-누가 단일화 협상에 나서야 하나.
“후보의 신뢰를 받고 단일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단일화가 안 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협상단은 어때야 하나.
“TV토론 전문가, 여론조사 전문가, 전략 하는 사람이 들어가야 한다. 4~5명이면 된다. 너무 많아도 안 된다. 2002년에 우리는 99%의 권한을 갖고 했는데 정 후보 측은 돌아가서 승낙을 받았다. 저쪽은 서명만 남겨둔 상태에서 (합의를) 파기하기도 했는데 전권을 위임하지 않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그건 지도자 스타일이다. 문 후보가 결정할 사안이다.”

-공동정부안도 논의될까.
“정책협약이 더 필요하다. 어떤 가치로 차기 정부를 이끌 것인가 합의하면 된다.”

-문 후보는 단일화를 어떻게 보나.
“자신 있어 하는 것 같다.”

-누가 단일 후보가 될 것으로 보나.
“솔직히 말하면 알 수 없다. 운명이다. 문 후보든 안 후보든 민주당 안에서 여론조사든 기타 공정한 게임으로 선정되면 그 사람이 민주당 후보다. 그분이 민주당으로만 출마한다면 무슨 상관이 있겠나.”

-야권이 단일화하면 대선에 승리할까.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양측 지지자가 일부 빠지는데 불어날 숫자에 비하면 작다.”

-안 후보가 입당을 안 할 수도 있지 않나.
“들어올 거다. 그렇지 않으면 (단일화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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