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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벌중 7벌은 '메이드 인 차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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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5일 오후 서울 동대문 프레야타운의 완구전문매장 휴넥스 토이랜드. 6세 된 아들과 로봇완구를 사러 온 김회진(38.회사원)씨는 "중국산의 품질수준이 꺼림칙해 국산을 사려고 했는데 아무거나 잡아도 두세개 중 하나는 원산지가 중국"이라며 불평했다.

매장 면적 1천여평으로 단일 완구매장으로 국내 최대인 이곳에서 취급하는 완구는 3만여 가지. 이 중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태그를 붙이고 판매되는 제품은 절반 정도인 1만5천여가지에 이른다.

그러나 토이랜드 완구사업부 강융 과장은 "국내에서 부속을 가져다 중국에서 조립 생산한 제품은 국내산으로 취급하는데 이들 제품을 중국산으로 본다면 판매 품목의 70%가 중국산"이라고 설명했다.

저가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산 제품의 국내 공습이 본격화하고 있다. 농수산물에 이어 가전.전자부품.의류.완구 등에서도 중국산의 점유율이 해마다 급상승하고 있다.

또 저가 중국산 제품의 공세가 한국 기업들의 생산시설 해외이전을 가속화시켜 국내 생산기반이 무너지는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산 의류의 시장 점유율도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마루 등의 브랜드를 운영 중인 예신퍼슨즈 관계자는 "니트류와 더플코트는 60%, 오리털 점퍼는 80%가 중국산이라 보면 정확할 것"이라며 "앞으로 원산지표시 규정이 바뀌면 중국산의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중국과 한국의 섬유산업 경쟁력 비교'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산 의류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92년 29.3%에서 2000년 73.7%로 크게 높아졌다. 옷 10벌 중 7벌은 중국산이라는 얘기다.

산업자원부가 추진 중인 의류에 관한 원산지표시 규정이 확정되면 중국산 의류의 시장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서 재단해 중국에서 봉재를 하면 국내산으로 인정되지만 앞으로 규정이 개정되면 원산지는 중국산으로 바뀐다.

상대적으로 한국의 기술력이 앞선다는 가전시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중국산 가전이 국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27.4%에서 지난해에는 35%로 높아졌다.

이미 선풍기.난방기.전기다리미.헤어드라이어 등 소형가전의 경우 국내시장 점유율이 절반 이상이다. 최근에는 TV.에어컨.세탁기 등에서도 중국산의 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완구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완구조합이 추정하는 중국산의 시장 점유율은 30% 정도에 불과하지만 시장에서 체감하는 점유율은 70% 이상이다.

완구조합 관계자는 "복제품이 많은 완구시장의 특성 때문에 국내업체가 특정 제품을 히트시킨 경우에도 중국산 가짜가 국내산 진짜를 압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김준현.박혜민.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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