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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유래] 송파구 문정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이 우물이 뉘 우물이냐?”

“문씨(文氏)네 우물이옵니다.”

“이 마을 이름이 무엇이냐?”

“연화리(蓮花里)라 하옵니다.”

“연화리라~이름이 아주 예쁘구나. 이곳 물맛이 이리 좋으니 ‘문정(文井)리‘이라 하여라.”

1 1956년 광주군 중대면 문정리 마을의 옛 모습(현 문정동 수정공원 동쪽) 2 1950년 천사의 집(현 문정1동 정락교회 부근) 3 1959년 느티나무와 그네타는 아이들 4 1961년도 문정동 주택과 장독대

인조(仁祖) 14년 12월 중순. 만주의 여진족이 급격히 세력을 키워 국호를 청이라 고치고, 태종은 10만 대군을 거느리고 쳐들어왔다. 황급히 인조는 강화로 피난하려 했지만, 이미 청나라 군에 의해 길이 막혔다. 소현세자와 백관을 거느리고 남한산성으로 몽진(蒙塵) 가던 길에 잠시 쉬면서 이곳 우물의 물맛을 보게 된 모양이다. 절대 절명의 국난 중에 맛본 한 모금의 물맛이 얼마나 좋았으면 이름까지 바꿨을까.

문정동은 조선시대에 문씨(文氏)들이 문중을 형성하고 거주한 곳이다. 주로 문씨가 많이 살던 기와집 마을과 김씨·이씨가 살던 큰 마을로 이뤄져 있었다. 옛 이름인 연화리(蓮花里)는 이 마을에 연꽃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었다고 한다.

이곳은 송파구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쪽은 장지동과 거여동, 서쪽은 강남구 수서동, 남쪽은 장지동, 북쪽은 가락동과 접해있다. 조선시대에는 경기도 광주목에 속했고, 1914년 문정골, 핵경머리(헤경머리), 두데미너머(두댐이)마을, 제집마을, 큰마을 등의 자연마을을 합해 광주군 중대면 문정리라 불렀다. 1963년 서울특별시 성동구에 편입되면서 문정동으로 지명이 바뀌었고, 1975년 강남구, 1979년 강동구를 거쳐 1988년 송파구 관할이 됐다.

문정동은 현재 분당 신도시와 인접한 지역으로, 주택지와 농지·임야 등이 혼재한 도농(都農) 복합지역이다. 송파대로가 동의 중심을 지나 경기도 성남시로 통하고, 강남구 세곡동과 이어지는 헌릉로, 판교-구리 간 고속도로의 장지입체교차로가 있다.

1·2동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문정2동은 88서울올림픽 때 선수·임원단 숙소로 건립된 훼밀리아파트가 올림픽 이후 일반인에게 분양되면서 생겨난 동이다. 아파트를 지으며 문정2동을 개발할 당시, 가락동 유적과 인접한 동 야산에서는 석기와 토기가 다수 발굴됐다고 한다. 석기는 소석부형(小石斧形) 석기(石器)와 석촉(石鏃), 석도(石刀), 고석(敲石) 등이 나왔고, 11점의 무문토기(無文土器)도 출토됐다.

지명이 변한 것은 물론, 새로운 동이 탄생하고 관할지역도 바뀌는 등의 변화를 거치며 현재 이곳에는 거대한 아파트단지가 들어섰지만, 그런 사이사이 옛 이름인 ‘연화’가 살아남아 있다. 주민들의 휴식공간인 ‘연화근린공원’이다.

‘문정동’이라 하면 무엇보다 ‘로데오거리’라는 이름의 쇼핑 명소가 유명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울렛매장 거리인 로데오거리는 명품으로 유명한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와는 달리 30~80%의 상설 할인매장이 집중돼 있어 주말이면 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많은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이다.

또 문정1동 주민센터 뒤에는 568년 동안 이 마을을 지켰다는 높이 20m, 둘레 4.7m의 느티나무 암·수 한 쌍이 이곳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이 나무는 마을에 큰일이 생길 때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지는데, 병자호란 때와 6.25때는 “우~”하는 소리를 내면서 울었다고 한다. 560여 년의 세월 동안 이곳에서 이 마을을 지켜왔으니, 나무에 얽힌 전설도 얼마나 많을까.

아파트 밀림 속에서 이웃들과의 인심이 사라진 지금, 과거 살가웠던 마을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한 토박이들의 모임이 있다는 것도 문정동의 특징이다. ‘문정골 향토회’에서는 매년 정월대보름에 느티나무 고유제를 지내며 마을의 안녕과 화합을 기원하는 기원제와 척사대회를 개최해 도심 속의 마을 향토제를 이어가고 있다.

정애숙(64·송파문화해설사회 회장)씨는

2009년 송파문화원 박물관대학 수료 후 심화과정을 거쳐 송파문화해설사로 활동 중이다. 한성백제박물관에서도 전시해설사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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