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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김정일 생일축하 편지 쓴 건 국보법 위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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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생일축하 편지를 써준 행위가 국가보안법상 ‘찬양’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해 국내 정보를 제공하고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생일축하 편지를 써준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된 김모(48)씨에 대해 생일편지 작성 부분을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하던 김씨는 2007년 지인에게 소개받은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 산하 대남공작기구 ‘35호실’ 소속 대남공작원 장모씨의 요청으로 김 전 국방위원장의 생일축하 편지를 써준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국내 동향정보와 친구의 한국 여권, 한국 정밀지도가 담긴 CD 등을 제공한 혐의도 적용됐다. 김씨는 e-메일로 쓴 편지에서 “김정일의 탁월한 지도력에 감사드리며 제시하는 방향이 우리 인민이 사는 길이라 생각하고 끝까지 따라갈 준비가 돼 있다”고 적었다.

 1심은 공소 사실을 모두 유죄로 봐 징역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같은 형량을 선고했지만 ‘김정일 생일편지’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생일축하 편지를 작성해 제출한 것은 의례적인 행위’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편지가 생일축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내용은 김정일 체제와 그가 제시·추진하는 통일 노선 등 정책 방향을 치켜세우고 적극적으로 따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며 “단순히 의례적이고 사교적인 차원을 넘어 적극적인 방법으로 반국가단체와 구성원 활동을 찬양하는 것에 해당해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위험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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