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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입주 아파트 22년 만에 최저 … 전세난 더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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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내년 2월 결혼예정인 회사원 김모(31)씨는 요즘 하루가 다르게 뛰는 전셋값에 전전긍긍이다. 한 달 전 봐뒀던 서울 방배동의 보증금 2억원짜리 소형 아파트 전세는 어느새 2억5000만원으로 뛰어 있다. 송파구에 있는 직장을 고려해 주변에서 전세를 찾았지만 너무 올라 포기했다. 김씨는 “지난주부터 하남과 분당 등지에서 집을 찾고 있다”며 “내년엔 전셋값이 더 오를 전망인 만큼 올해 내 무조건 집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수도권에서 아파트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은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다. 내년 서울·수도권의 경우 새 아파트 입주물량은 2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기존 전세도 재계약이 많아 신규 전세 공급이 줄어들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에서 내년에 입주하는 아파트는 8만6942가구(내년 후분양 일부 공공물량 제외)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2년(17만234가구 입주) 이후 가장 적다.

 경기도가 올해 6만2845가구에서 내년 5만3405가구로 15%, 인천은 2만5595가구에서 1만1232가구로 56.1% 각각 감소한다. 서울은 1만8753가구에서 2만2305가구로 18.9% 늘지만 서울의 최근 5년간 연간 평균 입주물량이 3만9000여 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그리 많지 않다.

 서울·수도권에서 그나마 입주물량이 많은 고양·용인 등은 경매로 넘어갈 위험이 큰 소위 ‘깡통주택’ 밀집지역이어서 세입자가 들어가기를 꺼려해 전세난 해결에는 도움이 안 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까지 중대형 미분양에 시달린 건설사들이 수도권에서 분양을 많이 하지 않아 2011년 이후 입주물량이 급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신혼부부, 가구분화 등에 따른 신규 수요와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이주수요 등을 합해 서울·수도권의 연평균 주택 수요를 20만 가구 정도로 본다. 대우증권 김재언 부동산팀장은 “주택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 때문에 기존 전세입자는 계속 전세에 머물려 하고, 신규 주택수요자도 전세만 찾는다”며 “주택 거래가 살아나지 않으면 전세난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등 1~2인용 주택 공급으로 독신자 등 일부 소형주택 수요자는 전세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GS건설경제연구소 이상호 소장은 “도시형생활주택은 건축기간이 짧아 인허가를 받으면 공급이 1년 안에 이뤄진다”며 “공급량이 많아 전세난을 완화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8월 서울·수도권 도시형생활주택 인허가 물량은 4만5786가구다. 지난해는 6만9605가구가 인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전세난의 주범인 2~3인 가구의 전세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전셋값이 가장 많이 뛴 주택은 2~3인 가구가 선호하는 59~84㎡형이어서 이보다 적은 도시형생활주택 등의 공급 증가가 전반적인 전세난을 해소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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