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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성장제 피해 주의보 … 50배 바가지에 효능도 의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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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 은평구에 사는 주부 신모(50)씨는 지난해 8월 키 성장제 1년치를 300만원에 샀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이 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다. 방문판매원은 “1년만 먹이면 충분히 5~7㎝ 클 수 있다”며 확신에 차 얘기했다. 유명 제약회사 브랜드여서 더 믿었다. ‘1년에 5㎝ 이상 크지 않으면 30%를 배상해준다’는 보증서까지 있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올 8월 잰 아들의 키는 그대로였다. 5㎝는커녕 단 1㎝도 크지 않았다. 신씨가 “사기 아니냐”며 따지자 판매업체는 사과 한마디 없이 태연하게 “30% 배상해주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신씨는 배상으로 현금이 아닌 건강보조식품을 받았다.

 거짓·과장광고를 통해 고가에 판매되는 키 성장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김정기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일반식품 또는 건강기능식품이 ‘키 성장제’란 이름으로 판매되면서 최근 1년간 100여 건의 피해사례가 신고됐다”며 “상당수 제품이 과장광고 혐의가 있어 구매 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판되는 키 성장제 대부분은 포장용기에 유명 제약회사 상호가 크게 표시돼 있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 대부분 실제 개발·제조는 중소업체에서 하고 있었다. 총판·대리점이 제품을 기획해 이를 제조할 중소업체와 광고에 이름을 넣을 제약사를 섭외해 만든 제품이었다. 제약회사는 수수료를 받고 이름을 빌려줬다. 방문 판매원은 명함이나 계약서에 ‘○○제약 XX사업부’로 기재했다.

 판매가도 지나치게 비쌌다. 일부 제품은 제조사 납품가가 8000원 정도인데도 소비자가격을 40만원으로 책정했다. 총판과 대리점 등을 거치면서 가격이 50배나 불어난 것이다. 통상 3개월 용량에 40만원 정도지만 다른 영양제까지 포함시킨 1년짜리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 300만~400만원에 팔았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용후기도 대부분 거짓으로 지어냈다. 단순히 건강보조식품으로 상을 받고도 키 성장과 관련돼 수상한 것처럼 광고하기도 했다.

 소비자 중엔 키 성장제를 먹고도 키가 자라지 않거나 먹다가 부작용이 발생한 피해사례가 적지 않았다. 또 키가 크지 않으면 반품할 수 있다는 보증서·각서를 받고도 환불받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공정위는 올 상반기부터 키 성장제와 키 성장 운동기구를 판매하는 10여 개사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김정기 과장은 “광고한 대로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업체는 법에 따라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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