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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세상보기] 성의 생물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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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랜스젠더니 호모니 하며 유명인들의 성(性)에 관련된 활동이 화제가 됐다. 왜 이들은 다수인과는 다른 성 정체성(identity)을 갖고 있고 이에 대한 생물학적 근거는 무엇일까?

사실 인간은 발생과정 중 양성적인 측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해 7주 후에는 2㎝ 정도의 배아(embryo)가 생기는데 이 때의 원시 성기는 여성과 남성 모두로 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기의 염색체가 XY로 구성되어 있으면 Y 염색체상에 있는 유전자에서 고환결정인자(TDF)라는 단백질이 생산돼 원시성기를 남성생식기로 발전시키고, TDF가 없으면 여성생식기로 변하는 것이다.

즉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는 다분히 TDF 존재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문제가 생기면 여러가지 이상현상이 벌어진다.

예를 들어 XY 염색체가 있어서 TDF가 만들어지더라도 이것이 작용할 때 필요한 또 다른 단백질에 문제가 있으면 TDF는 제 기능을 못한다. 이렇게 되면 이 사람은 XY를 가져서 유전학적으로는 남성이지만 고환 등 남성 생식기가 제대로 형성이 안되고, 오히려 불완전하나마 여성 생식기가 생기게 되고 가슴이 발달하는 등 신체적으로는 여성 구조를 가진다. 소위 TFS라는 증후군이다.

동성애의 원인에 대하여는 논란이 많다. 유전적인 요소가 있다느니, 정신병리학적 문제라느니, 사회적으로 배워서 생기는 결과라느니 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동성애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유전적이라면 이들을 차별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어진다. 하느님이 그렇게 만들어 주신 것이므로 그들의 성적 취향에 대한 권리는 마땅히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동성애라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습득한 것이라면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그룹이 이들을 차별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거나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병적 현상이라고 정의를 내리면 치료를 하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동성애는 복잡한 인간 행동으로서, 유전자가 얼마나 관여하는지 아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초파리에서는 w라 불리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수컷이 수컷만을 따라다니게 된다.

또한 유전적 배경이 똑같은 일란성 쌍생아중 한 사람이 동성애자일 때 다른 형제도 그렇게 되는 확률이 1백%에 가까운 반면 유전적 배경이 50% 정도인 일반 쌍둥이에서는 25% 정도라는 보고가 있다. 동성애라는 행동에 유전적 근거가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호르몬의 생산량과 작용의 정도도 2차 성징(性徵)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특정 호르몬을 주사하면 신체구조.행동 등의 2차 성징을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성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고 성에 관련된 정체성과 행동은 생물학적으로 상당한 근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여성이나 장애인들이 남자나 일반인들과 생물학적으로 다르다 하여 차별받아서는 안되듯이 ''성적 주류'' 에 속하는 이들이 ''성적 소수'' 를 핍박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金 善 榮 <서울대 교수.유전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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