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이클] 암스트롱 3연패 '영광의 레이스'

중앙일보

입력

그에겐 언제나 노란 셔츠가 어울렸다.

암을 이겨낸 '철인 사이클리스트' 랜스 암스트롱(30 · 미국)이 마침내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 도로일주 사이클 대회) 우승자에게 수여되는 '옐로 저지(노란 셔츠)' 를 다시 입었다.

암스트롱은 30일(한국시간) 대회 마지막 코스인 코르베유 에손~파리 구간에서 70위에 머물렀으나 종합 기록 86시간17분28초로 2위 얀 울리히(독일)를 6분44초 차이로 따돌리고 대망의 3연패를 달성했다(http://www.letour.fr).

1971년 미국 텍사스 시골에서 태어난 암스트롱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그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몸은 허약했다. 어머니는 "남들에게 져선 안된다" 며 13살 때부터 암스트롱에게 철인 3종 경기를 시켰고, 그는 열심히 달리고 페달을 밟았다.

철인 3종 경기 중에서도 그가 두각을 보인 것은 사이클. 고교 진학 후엔 유망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2세가 되던 93년 세계사이클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단거리 스프린터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불운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96년 고환암 판정을 받았고, 암세포는 뇌까지 번졌다. 고환을 떼내고 뇌의 일부를 자르는 대수술을 했지만 생존율은 단 40%. 그때부터 2년간 암스트롱은 살기 위한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그가 다시 사이클에 오른 것은 98년 2월. 몸무게는 9㎏이나 줄었고, 그는 부족한 체력을 회복하고자 꾸준히 산을 올랐다. 그리고 이때 다져진 산악경험은 그를 알프스와 피레네 산맥을 넘는 투르 드 프랑스에 가장 적합한 사나이로 탄생시켰다.

99년 투르 드 프랑스를 제패하자 기적 같은 그의 이야기에 관심이 쏟아졌다. 클린턴 대통령은 그를 백악관으로 초청했고, 자서전 『그대를 향해 달려 가리라』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암스트롱 암 연구재단' 이 설립됐으며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제작됐다. 지난해 2연패, 모든 것이 순조로웠으나 약물이라는 복병이 나타났다.

올 시즌 초부터 그에게 씌워진 의혹은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프랑스 언론이 나를 죽이려 한다" 며 발끈했고, 프랑스 당국은 검찰 수사를 의뢰하는 극한 상황까지 치달았다.

그러나 무성한 소문 속에서도 암스트롱은 "다시 한번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해 내 명예를 찾겠다" 며 이번 대회에 참가, 보란 듯이 모든 의혹을 잠재웠다.

"3연패에 만족하지 않겠다. 나에게는 또 다른 가능성이 있다" 고 암스트롱은 우승 직후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미 2002년 투르 드 프랑스를 준비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