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정규직 보호법 ‘풍선효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2007년 7월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된 뒤 보호대상에서 제외된 근로자가 법의 혜택을 보는 근로자들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법은 계약직을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하고 있지만 주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단시간 근로자와 55세 이상 고령 근무자는 예외로 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유경준 선임연구위원은 2006~2010년 한국노동패널을 토대로 비정규직 근로자 중 보호법에서 제외된 근로자의 증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를 28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비정규직 보호법의 혜택을 보는 기간제근로자는 2006~2010년 사이 62만 명에서 72만 명으로 16.1%가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보호법에서 제외된 기간제근로자는 34만 명에서 54만 명으로 55.6%나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비정규직인 간접고용근로자(파견·용역)도 늘고 있는 추세다. 파견·용역 근로자는 같은 기간 21.2%(56만 명→68만 명)가 증가했다. 유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이 비정규직 보호법의 부담을 가급적 피하려고 단시간 근로자나 고령 근로자 등을 늘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호법이 시행됐지만 정작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례는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은 2006년 35%에서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된 2007년 40%로 상승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다. 2010년엔 32%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노동패널은 1998년 선정한 도시지역 거주 5000가구를 대상으로 매년 한 차례 경제활동, 노동이동, 소득 등을 추적하는 장기조사다. 현재 한국고용정보원이 연구를 담당한다. 유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제도 변화에 적응하면서 다른 인력 충원 방안을 찾아내고 있다”며 “이 때문에 법 시행이 비정규직 고용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최관병 고용차별개선과장은 “해당 법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남용을 방지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지만 모든 문제를 법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며 “직업능력 향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풀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 선임연구위원은 29일 서울대에서 열리는 ‘2012 한국노동패널 워크숍’에서 이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상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