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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파탄 그리스, 지도층은 스위스에 뭉칫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채무 때문에 전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그리스에서 하원의장과 재무부 공무원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스위스 은행에 비밀계좌를 보유한 사실이 폭로돼 파문이 일고 있다.

 그리스의 권위 있는 탐사보도 잡지 ‘핫 독(Hot Doc)’이 27일(현지시간) 일명 ‘라가르드 리스트’에 오른 개인 및 기업 계좌주 2059명의 실명을 공개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이 명단은 2010년 당시 프랑스 재무장관이었던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탈세자 소탕에 도움을 주기 위해 그리스 재무부 장관에게 건넨 것으로, HSBC은행 제네바 지점에 계좌를 갖고 있는 이들이라고 핫 독은 전했다.

 핫 독이 폭로한 명단에는 제1당 신민당 소속 하원의장 지오르고스 불가라키스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불가라키스의 계좌는 2003년 개설됐고, 그와 부인 및 라이베리아에 있는 역외회사가 함께 관리했다고 핫 독은 전했다. 이 계좌의 예금액은 불가라키스가 신고한 재산 내역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 핫 독의 설명이다. 그는 핫 독의 보도를 일축했다.

 이 명단에는 전직 장관 2명 등 정치인과 재무부 공무원, 기업 임원, 배우·의사·변호사·건축가 등도 포함됐다. 핫 독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계좌 잔액까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5억 유로 이상 보유한 계좌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아테네 검찰청은 잡지 발간 직후 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핫 독 발행인 코스타스 박세바니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한편 그리스 정부는 135억 유로 규모의 새 재정 긴축안을 31일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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