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남성 아이돌 그룹 B1A4의 ‘잘자요 굿나잇’이 곡 목록에 등장하자 경쟁 그룹의 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우리 오빠 곡은 왜 안 올려주느냐.” 항의 편지에 서둘러 틴탑의 ‘투유’와 인피니티의 ‘추격자’를 추가했다. “우리 세대 노래도 듣고 싶다”는 3040 세대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달에는 이지연의 ‘바람아 멈추어다오’, 양수경의 ‘사랑은 창 밖에 빗물 같아요’가 신곡표에 올랐다.
모바일게임사 ‘모모’의 리듬 액션 게임 ‘오투잼’ 사용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1970~80년대 음악다방에 있었던 ‘DJ 리퀘스트’가 최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리듬 액션 게임’은 원하는 곡을 들으며 화면에 등장하는 화살표나 막대기를 맞춰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는 것. 90년대 말~2000년대 초 오락실에서 유행한 ‘DDR’이나 ‘펌프’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이를 두 발 대신 두 손으로 화면을 터치해 즐기는 모바일 게임 장르가 발달하고 있다. 오투잼이 바로 그중 하나다. 개발사는 모모.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 사무실에서 만난 이 회사 강영훈(42) 대표는 “아이폰·아이패드로 오투잼을 즐기는 이만 해도 600만 명이 넘는다”며 “모바일 게임은 음악을 생산하고 즐기는 또 다른 창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모는 전 세계 5000만 명이 즐겼던 PC 기반 리듬 액션 게임 ‘오투잼 온라인’의 개발인력이 중심이 된 회사다. 오투잼의 개발사 ‘오투미디어’를 나우콤이 인수해 사내 벤처인 ‘나우게임즈’가 이 사업을 맡았고, 나우게임즈는 지난해 나우콤에서 독립해 이름을 ‘모모’로 바꾸고 스톤브릿지캐피탈과 NHN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지난 5월 모모는 오투잼을 모바일 게임으로 전환한 ‘오투잼U’를 애플 앱스토어에 올렸다. 그 뒤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6개국에서 앱스토어 전체 다운로드 1위에 올랐고, 미국에서도 음악 앱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300만 건을 달성했다. 해외법인이 없는 것은 물론, 앱을 올린 것 외에 마케팅 한 번 하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회사는 지난달에는 안드로이드용 오투잼U도 만들어 글로벌과 국내 구글 앱 마켓에 동시에 출시했다.
게임 기업이지만 모모의 핵심은 음악이다. 전 직원 34명 중에 작곡가가 6명으로, 가수 보아에게 곡을 주고 지상파 드라마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음반에 참여하는 것 같은 경력을 갖춘 이들이다. 회사는 100여 명의 외부 작곡·편곡·가수와도 계약을 하고 작업해 모모만의 오리지널 곡 850곡을 보유하고 있다.
강 대표를 비롯한 회사 임원들의 주 업무 역시 ‘작곡가 방문하기’다. 신해철·이현도·전영록 같은 작곡가를 일일이 찾아가 “게임에 곡을 쓰게 해 달라”고 설득한다. 지난해 그룹 ‘들고양이’의 79년작 ‘마음 약해서’의 원작자 김영광 작곡가를 찾아갔을 때에는 처음에 “내 곡을 망치려는 거냐”고 반대하던 김 작곡가가 모모판 버전을 들어보고는 “아주 좋다”고 승낙했다. 전영록씨는 인사하자마자 “내 딸 보람이(티아라 멤버)가 그 게임을 한다”며 “내 곡은 전부 써도 된다”고 흔쾌히 허락했다고 한다. 모모는 앱 매출에 따른 수익을 저작권협회를 거쳐 이들과 배분한다.
모모는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창업 박람회 ‘테크크런치 디스크럽트’에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7곳의 한국 대표기업 중 하나로 참가했다. 강 대표는 “음악이 만국 공통어인 만큼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 터치와 아이폰을 발표할 때 직접 시연한 게임도 리듬 액션 장르의 게임이었습니다. 음악과 모바일 게임은 그만큼 궁합이 잘 맞고 온 가족이 즐기기도 좋죠. 게임 내내 아무도 때리거나 죽이지 않는 ‘착한 게임’이잖아요.”
심서현 기자
강영훈 대표는
? 서울대 사회학과
? 1997년 1월~2011년 2월
나우콤 마케팅팀장·게임사업본부장
? 2011년 3월~ 모모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