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 후보 국민 추천제' 논쟁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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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고위 공직자 후보 국민 추천제'에 대한 반향이 크다. 정.관가에서 화제가 된 것은 물론 언론사 홈페이지 등에서 뜨거운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사무관은 5일 "공무원들끼리 얘기를 나눠봤는데 결국 온.오프라인을 통한 국민 추천에 과도하게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대부분이었다"며 "인터넷으로 황당한 인물이 추천됐다 해도 입각으로 연결될 리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인준이 무산됐던 총리 청문회 등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당선자 측이 몇몇 후보들에 대한 소문이나 여론의 지지 등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참고자료로 반영하려는 것으로 이해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외교통상부의 한 사무관은 "후보군이 결정되면 그중에서 인터넷 여론이 가장 좋은 사람을 선발하는 식이 되지 않겠느냐"면서 "장.차관은 몰라도 국장급까지 추천 의견을 반영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말했다.

다른 경제부처 관계자는 "정치적인 쇼라는 시각도 많다"며 "국민 추천의 반영폭이 제한될텐데 열기만 과도하게 높여 놓는다면 오히려 인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 게시판에도 긍정론과 부정론이 팽팽히 맞섰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 추천은 인사청탁이나 학연.지연 등의 개입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라며 "투명한 인사정책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벌써부터 "내가 산업자원부 장관이 된다면 서민의 난방을 위해 동절기 도시가스 요금을 30% 내리겠다"거나 "황장엽씨를 통일부 장관으로 추천한다"는 의견이 올랐다.

반면 "'정치 톱10'같은 프로를 만들어 자동응답전화로 투표하면 국민 참여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거나 "일부 인기가수의 팬들이 게시판을 도배하던 양상이 정치로 옮겨질 것"이라고 비아냥대는 지적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국민의 인기에 영합한 이벤트"라고 비판했다.

보완 의견으로는 "장.노년층 의견도 반영해야 하는데 이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 공무원은 "국민으로부터 무작위로 추천받을 게 아니라 일정한 자격 기준을 정해 유효한 의사를 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수위 측은 이 같은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민의 추천 의견을 선별해 반영하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인수위 국정참여센터 박종문(朴鍾文)부본부장은 "실명제를 통해 신뢰도를 높이고 흑색선전이나 자기홍보 등은 무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국정에 직접 참여한다는 취지를 살릴 실행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승욱.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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