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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석유구리철도… 중국 자원 독식 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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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수퍼차이나를 읽다  중국은 세계경제의 블랙홀이다. 막대한 인구와 자본을 앞세워 지구촌을 빨아들이고 있다. 다음 달 8일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을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가동된다. ‘수퍼차이나’의 오늘을 짚은 책을 골랐다. 우리의 앞날을 열어가는 지표도 된다.

승자독식
담비사 모요 지음
김종수 옮김, 중앙북스
334쪽, 1만5000원

경제를 전망하는 단초는 여러 가지다. 경제의 행보를 예상하는 접근법도 다양하다. 서구 경제권 몰락의 시나리오를 제시한 『미국이 파산하는 날』(중앙북스)로 큰 충격을 주었던 저자가 이번에는 자원이라는 잣대로 향후 세계 경제의 지형도를 그렸다. 특히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할 만큼 성장한 중국경제의 가공할 파괴력에 초점을 맞췄다. 제목부터 섬뜩하다. 『승자독식』(원제 Winner Take All)이다.

 저자 담비사 모요는 『금융의 지배』(민음사), 『콜로서스』(21세기북스)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의 제자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허투루 쓴 책이 아니라는 얘기다.

 『승자독식』의 주요 전제는 이렇다. 누구나 알다시피 자원은 한정돼 있다.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솟아나지 않는다. 반면 자원 수요는 늘어나면 늘어나지 줄어들 여지는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인구증가다. 더 큰 문제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개발도상국의 중산층, 꼭 집어 말한다면 중국과 인도의 중산층이다. 2030년까지 20억 명이 중산층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삶의 질을 중시하고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신규 중산층의 등장은 한층 가속화할 자원 쟁탈전의 전조와 같다.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발전에도 자원은 필수적 요소다. 그런 만큼 자원의 향배는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한정된 자원을 누가 차지하고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에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같은 자원 수급의 불균형 문제를 꺼내 들 때 피해갈 수 없는 것이 바로 ‘수퍼 파워’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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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회사 중국’의 자원 싹쓸이=중국의 해외투자 추적 시스템을 구축한 미국 헤리티지 재단에 따르면 2005~2011년 중국은 총 4000억 달러가 넘는 천연자원 투자에 나섰다. 7년간 매주 평균 10억 달러씩 투자한 셈이다. 건 수로만도 350건에 달한다.

 에너지와 광물 등의 비중이 크긴 하지만 중국의 투자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광물·농산물 등의 기초 차원, 항만·철도 등 사회인프라까지 폭넓다. 투자지역도 남반구와 북반구를 가리지 않는다. 자원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중국의 손길이 뻗쳐 있다. 모요는 “(중국이) 전면적이면서도 공격적인 (자원) 매입에 나서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이 세계 자원시장에서 둘도 없는 큰 손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은 막대한 현금 덕이다. 3조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으로 무장한 중국은 지구촌 자원 싹쓸이에 나서고 있다. 이 계획을 진두 지휘하는 것이 ‘국가 자본주의(State Capitalism)’의 선두주자인 중국 정부다.

 저자가 ‘전지전능한 존재(Almighty)’라 칭한 중국 정부의 목표에 맞춰 국유기업과 민영기업 모두 자원 확보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국가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은 규모의 경제와 저리 융자·보조금에 따른 덤핑 효과를 누리며 ‘자원 사냥’의 첨병에 서 있다.

 ◆아프리카의 오늘=자원에 군침을 흘리는 중국의 가장 눈에 띄는 먹잇감은 아프리카다. 중국 내 토지 사용은 이미 한계 경작에 다다랐다. 그로 인한 식량 부족은 중국공산당이 가장 우려하는 사안 중 하나다.

 식량 보조생산기지를 찾아나선 중국에 아프리카는 여러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저자의 지적에 따르면 지구상에 남아 있는 미개간 경작지의 3분의1이 아프리카에 있다. 소유권이 불분명한 곳도 많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매장된 광물 등 천연자원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이미 아프리카는 중국 석유 수입량의 30% 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이 아프리카를 쉽게 잠식하는 데는 ‘너그러운 자금’의 덕이 크다. 중국 자금에는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나 서구 금융회사 등이 내건 까다로운 조건이 없다. 저개발 상태에 머물고 있는 아프리카 각국 정부는 자원 개발을 위한 인프라 건설에 투입할 자금이 필요하지만 민주화 등을 조건으로 다는 서구 자금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런 만큼 중국의 자금은 이들 국가에겐 환영할 만한 지원이다. 물론 중국이 그 동안 아프리카 지역에서 펼친 교육과 보건 사업 등이 아프리카 내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던 점도 자원 확보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함을 부인할 수는 없다.

 ◆자원쟁탈전의 승자=자원 부족은 이미 예견된 사안이다. 그럼에도 중국 외에 이에 대처하는 국가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중국이 자원쟁탈전에서 승자 독식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중국은 엄청난 규모의 자원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 규모로 인해 중국의 구매력은 압도적인 지위에 이르렀다. 자원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수요자가 된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자원을 사들이며 턱없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등 자원 시장의 질서도 교란하고 있다. 막강한 현금동원 능력을 가진 중국이 끌어올린 자원 가격은 다른 국가가 자원 시장에 뛰어드는 데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며 중국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아프리카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2007년 페루에서 구리가 매장된 토로모초산을 사들였다. 광산 등의 생산물을 전량 구매하는 등 입도선매에도 나섰다. 세계의 다른 나라에게 대단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자원의 블랙홀로 일컬어지는 중국의 이 같은 행보는 세계 질서를 위협하는 분쟁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저자는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격화하는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특히 중국이 채굴권을 확보한 광산이나 유정에 대해 해당 국가가 국유화 조치를 하는 등 자원을 둘러싼 대립이 빚어질 때 중국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임계점이 어디일 지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승자 독식의 논리가 통용되는 자원 전쟁에서 중국의 공세는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처방안은 무엇일까. 일단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서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바로 이 책이 그 출발점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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