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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용 급증에 숨겨온 세금 '노출'

중앙일보

입력

"2~3년 전만해도 실제 매출액의 절반만 세무서에 신고해도 아무 소리가 없었죠. 오히려 주변의 다른 식당주인들이 '아니 혼자서만 그렇게 많이 신고하면 우리가 비교되지 않느냐' 고 눈치를 주었답니다. 그런데 이제 달라졌어요.

세무서에서 컴퓨터만 두드리면 업소별로 신용카드 매출액이 금방 나오는데 절반 갖고선 턱도 없죠. "

서울 공덕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崔모씨는 지난 25일 끝난 상반기 부가가치세 신고에서 신용카드 매출분 전액(2억원)에 '카드분만 신고하면 조사나온다' 고 해서 현금매출분 5천만원을 보태 매출신고를 마쳤다.

신용카드 매출에 따른 세액공제(최고 4백만원)제도를 활용했지만 신고한 매출액 자체가 크게 늘어난 결과 세금도 자연히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1백25만원을 납부해야 했다.

崔씨만 이런 게 아니다. 세금을 내야 하는 2백10만명에 이르는 자영업자들이 올들어 두차례 부가세 신고(1, 7월)와 종합소득세 신고(5월)과정에서 비슷한 고민을 했다.

◇ 30% 이상 늘어난 종합소득세 신고=월 종합소득세 자진신고 금액은 1조8천1백2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종합소득세 세수(11월 예비신고분 포함, 최종 결정세액)는 지난해(3조5천5백78억원)수준을 뛰어 넘어 처음으로 4조원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종합소득세 신고에 앞서 국세청이 사전에 파악한 자료를 토대로 신고안내문을 보낸 자영업자가 1백99만명이었다.

1999년 1백40만명, 지난해 1백50만명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최근 3년 사이 종합소득세가 금액으론 두배 가까이, 납부대상자로는 50% 정도 늘어났다.

부가가치세도 올해분 집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신고금액이 법인은 10% 정도, 자영업자는 16~17%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 신용카드 사용 증가와 세무자료 전산화로 매출 노출=난해부터 시작된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와 카드영수증 복권제의 여파로 너도 나도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자영업자의 매출과 수입을 노출시키고 있다.

고객들이 식당은 물론 병의원.슈퍼마켓.소매점.숙박업소 등을 이용하면서 현금보다 카드를 내밀고 있다. 카드매출분은 해당 카드회사를 통해 국세청에 전산자료로 통보되므로 완전 노출된다.

국세청 김호기 부가세 과장은 "7월부터는 부가세를 납부하는 모든 자영업자는 의무적으로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해야 하므로 카드 사용이 더욱 늘어날 것" 이라고 말했다.

◇ 과표 양성화와 함께 세율도 조정해야=제도 개선을 통해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 여지를 줄이는 정책은 바람직하지만, 이에 맞춰 자영업자에 대한 공제 확대나 세율 인하가 뒤따라야 한다는 조세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컨대 77년 부가가치세를 도입할 당시 정했던 세율(10%)은 자영업자의 매출 노출이 힘들고 세금 탈루가 많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높게 책정한 것이므로 계속 그대로 적용하는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효준 기자 joo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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