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부산시 북구 만덕동 석불사. 마당에 있는 3층 석탑 옆에서 등산객 복장을 한 젊은 남녀가 싸이의 말춤을 흉내 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 옆에서 신기한 듯 구경하던 외국인 관광객 3~4명도 뒤따라 같은 포즈를 취하면서 웃었다. 이 석탑 1층에 새겨진 ‘금강역사(金剛力士)’의 모습이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에 등장하는 말춤과 비슷하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구경을 하러 직접 찾아온 사람들이다.
석불사의 한 공양주 보살(절에서 스님들께 밥을 해 주는 사람)은 “우리 절은 하루 평균 50~100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데 요즘 갑자기 석탑을 보러 오는 분들이 부쩍 늘었다”며 “절이 알려지는 것은 좋은데 예불에 방해가 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2명의 금강역사 중 왼쪽은 싸이가 말춤을 출 때 오른손을 들어 흔들고, 왼쪽 다리는 가슴 쪽으로 당겨 올린 모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양팔을 교차해 말고삐를 쥐고 있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두 모습을 싸이의 춤과 비교하면 마치 싸이가 이 금강역사를 보고 춤을 만든 것으로 느껴질 정도로 흡사하다.
이 사진을 온라인에서 접한 네티즌들은 “싸이 말춤 원조 석탑” “부산 갈 때 석불사에 꼭 들러보고 싶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기막히게 똑같네” “말춤 안무의 원조(?)를 찾았다”는 등의 갖가지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이 금강역사를 찍은 사진은 지난 추석을 전후로 인터넷에 처음 등장했다.
박은경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금강역사는 불법을 수호하고 중생들을 재앙으로부터 구제해 주는 수호신 역할이다”며 “대부분이 근육질의 상반신을 드러낸 역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이 불상은 그런 전통적 요소를 갖고 있으면서도 해학성과 변칙성도 들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절은 1926년 창건됐으며 부산시민들에게는 주로 ‘병풍사’로 알려져 있다. 석불사라는 명칭은 80년대부터 불려졌다.
위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