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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생명공학현장] 유전자지도 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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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게놈 시대. 일본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인간 게놈프로젝트에서 일본도 21번, 22번 염색체의 해독에 공헌했지만 전체적인 연구의 질과 양은 미국, 영국 등 구미에 못미친다는 것이 일본의 자체 판단이다.

일본은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비교우위를 가진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일본 나름의 특화를 통해 포스트 게놈 시대 지도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바이오 열강을 향한 일본의 꿈은 한 해 예산만 750억엔이 넘는 일본 최대의 자연과학 연구기관인 이화학연구소(RIKEN)와 일본 최대의 임상병리시설과 병동을 갖춘도쿄(東京)대 부설 의과학연구소(IMSUT)에서 무르익고 있다.

수도 도쿄의 관문격인 요코하마(橫濱)항에 위치한 RIKEN. 이곳에 일본 대장성이지난 98년 20세기 마지막 프로젝트로 직접 설립한 게놈과학종합연구센터(GSC)가 위치하고 있다.

설립 2년만에 IMSUT와 함께 일본의 양대 생명과학 연구기관으로 급부상한 GSC에는 박사급 80명 등 250명의 연구원들이 일본의 명예를 걸고 생명과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포스트 게놈 연구는 연구대상이 방대하지만 그 대상은 상대적으로 유한하다는특징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인적자원과 연구재원을 효율적, 체계적으로 투입하면 큰성과를 거둘 수 있다. 게놈 해독에서는 미국세에 뒤졌지만 신약 개발 등 진정한 경쟁은 이제부터다." 폭우 속에 GSC를 방문한 연합뉴스 기자들을 맞이한 와다 아키요시(和田昭允) 소장의 목소리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와다 소장은 "GSC는 세계 최초로 다운증후군, 백혈병의 치료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21번 염색체의 염기서열을 해독했고 인간 유전자 연구에 필수불가결한 유전자 조작 쥐와 아시아인의 주식인 벼 게놈 연구, 단백질 구조, 기능 연구에서는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GSC의 가장 큰 특징은 게놈과 관련한 기초연구와 응용분야 연구가 한 곳에 집중돼 완벽한 수직.수평 계열화가 이뤄져 있다는 점이다.

GSC는 와다 소장이 이끄는 바이오인포매틱스 연구그룹 아래에 ▲게놈 연구그룹▲단백질 연구그룹 ▲인간 게놈 연구그룹 ▲쥐 게놈 기능 연구그룹 ▲식물 게놈 기능 연구그룹 등 유관 연구실이 총 망라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최첨단 핵자기공명장치(NMR) 20대를 보유한 단백질 연구그룹은 단일연구 기관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백질 연구시설이어서 일본 생명과학계의큰 자랑거리다.

원통형 통제실을 중심으로 6백㎒급 NMR을 하나씩 갖춘 6각 원추형 돔 5개가 둘러싸고 있는 단백질 연구동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분석해 낼 수 있다.

연구추진부의 마사루 쓰노다(角田 勝) 박사는 "각 NMR돔에는 우메(梅), 사쿠라(櫻), 보탄(牧丹) 등 일본을 상징하는 꽃 이름(화투에 나오는 꽃 이름)이 붙여졌다"면서 "금년 중으로 900㎒급 NMR을 도입, 연구 정밀도를 한 단계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GSC는 이밖에도 일본 독자적인 염기서열 분석 인프라 구축을 위해 바이오벤처시마즈와 공동으로 미국 셀레라 제노믹스가 자랑하는 프리즘 3700 보다 3배 이상 속도가 빠른 염기서열 분석기를 독자 개발했다.

생명과학 진보에 뒤따르는 분석기기, 초대용량 컴퓨터, DNA 칩과 같은 응용분야의 유발산업에서도 뒤질 수 없다는 일본의 야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GSC가 인간, 쥐, 벼의 게놈 연구 등 기초연구에 집중하고 있다면 IMSUT는 인간게놈과 관련된 질병연구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91년 문부성 지원을 받아 IMSUT 부설 기관으로 설립된 휴먼게놈센터(HGC)는 GSC 연구성과를 포함한 일본 전체의 게놈 연구실적을 바탕으로 질병 치료, 신약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HGC는 일본 최대의 임상병동을 갖추었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일본인에 고유한 단일염기다형성(SNP) 연구, 신약개발, 새로운 치료법 발견 등 생명과학 발전의 최종산물 수확에 초점을 두고 있다.

IMSUT의 아라이 겐이치(新井賢日) 소장은 "HGC의 최종 목표는 일본인에 의한 일본인을 위한 일본인의 맞춤의약 개발 등을 통해 인류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라면서 "서구 바이오 열강에 뒤떨어진 아시아는 각국의 독자적인 연구력을 바탕으로 `생명과학 공동체''를 구성해 공동대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치밀하게 바이오 패권 쟁탈전에 대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21세기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마련하면서 게놈연구를 중점 국책사업의 하나로 선정했다.

일본 정부는

  • 치매, 암, 고혈압, 당뇨병, 천식 등 일본인 5대 질환과 관련한유전자 기능 규명

  • 휴먼 게놈 SNP 분석

  • 바이오인포매틱스 육성

  • 인간 배아 연구

  • 벼 게놈 해독 등 5개 프로젝트의 조기완성을 위해 엄청난 예산을 아낌없이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엔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총예산 1천260억엔 중 절반이 넘는 640억엔을 게놈 연구에 배정했고 올해엔 예산 배정액을 802억엔으로 늘렸다.

    장상구(張相九) 주일 과학관은 "일본 정부와 RIKEN, IMSUT 등 정부산하 연구기관의 리더십에 민간 제약회사와 벤처기업들이 적극 동참하고 있다"면서 "기초연구에서는 늦어도 실용화에서 앞서온 일본 특유의 강점이 게놈 사업에서도 재현될 것으로보인다"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창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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