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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개발 고릴라글라스 이제야 빛 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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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KCMC) 회장을 맡고 있는 이행희 한국코닝 대표. 그는 “오는 30일 처음 개최하는 ‘글로벌 인사이트포럼’을 통해 다국적기업의 성장과 위기 극복 노하우를 국내 기업인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고릴라글라스는 1960년대 개발해 50년이 지난 이제야 빛을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100년을 내다보는 다국적기업의 장기투자와 생존 노하우를 국내 경영인들과 공유하고 싶어 포럼을 마련했습니다.”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KCMC)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행희(48) 한국코닝 대표는 오는 30일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사이트포럼’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했다. 표면을 특수처리한 유리인 고릴라글라스는 흠집이 잘 나지 않아 아이폰·갤럭시 등의 스마트폰에 널리 쓰인다. 이 대표는 “특히 기초소재 분야의 경우 기술개발에서 상용화까지 30~50년이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2~3년 안에 성과를 기대하는 한국 분위기에서 당장 장기적인 투자를 시작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이런 분야에 강점을 가진 다국적기업을 많이 유치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것 역시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경영자들의 친목모임으로 90년 출범한 KCMC는 10년 전부터 주한 외교관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경영 관련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해 KCMC의 14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 대표는 이 세미나를 대규모 포럼으로 확대 개편해 올해 처음 개최한다. 그는 “세미나 내용이 좋은데 극소수만 듣는 것이 아쉬워 다국적기업의 전략이나 인사이트를 국내의 중소기업인과 예비 경영인들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이윤우 삼성전자 상임고문의 기조연설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성공하는 비결을 들은 뒤 아시아·유럽·미주 세션이 차례로 진행된다. 이 대표는 “아시아 트랙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한 일본 도레이, 스미토모에서 설립해 삼성전자의 가장 큰 협력업체로 큰 동우화인캠 등의 경영진이 나서 해외 진출 노하우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지는 유럽 트랙에 연사로 참가하는 4개 업체는 모두 역사가 150년 이상”이라며 “긴 세월 동안 다양한 변화와 여러 차례의 위기를 극복한 비결을 들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미국 트랙에서는 2조3000억 달러의 자금을 쥐고 해외 진출을 타진하는 미국 제조업체들의 동향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88년 한국코닝에 입사해 25년째 재직하고 있다. 한국코닝은 미국 코닝의 한국법인이다. 유리를 중심으로 한 첨단소재 전문업체인 코닝은 40년 전부터 한국에서 삼성코닝·다우코닝 같은 합작법인을 통해 액정화면(LCD)용 대형 유리 등을 생산하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는 잘 못 느끼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한국 기업에 대한 외국의 시각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코닝도 5년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 하면 기술을 선도하는 일본과 생산기지 중국밖에는 몰랐는데, 이제는 “한국에서 먼저 테스트하자”고 나설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삼성 모바일연구소에 가보면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의 젊은 연구원들이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을 들고 일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며 “와이셔츠·넥타이에 출입증을 목에 걸고 점심시간이면 우르르 몰려다니던 기존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다국적기업의 문화와 인력관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04년 저성장시대의 마케팅 전략을 묶은 『미니스커트 마케팅』의 공동저자이자, 2008년 최고경영자(CEO) 7명과 함께 전시회를 열었던 아마추어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사진을 찍다 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앵글을 보게 되고, 평소에도 의식적으로 다른 각도로 사물을 보는 훈련을 하게 된다”며 “급변하는 경영 환경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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