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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부는 주식시장, 배당주를 주목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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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장기적으로 채권보다 주식이 낫다.” 빌 그로스 핌코 회장이 최근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채권왕’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채권 투자 전문가다. 그런 그가 주식으로 전향(?)한 듯한 주장을 한 것이다. 주장의 근거는 배당이다. 최근 채권이 인기를 끌면서 채권 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다. 그로스는 “배당률이 2~3%인 우량주가 수익률 1.7%인 미국 국채보다 더 매력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는 그러나 배당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투자자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다 보니 기업도 배당을 소홀하게 여긴다. 그래서 국내 기업의 배당률(주가 대비 배당금)은 선진국은 물론이고 신흥국과 비교해서도 크게 처진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2009년 코스피 상장사의 시가배당률은 평균 1.38%였다. 일본(1.95%)·미국(2.76%)·호주(3.9%) 등은 물론이고 대만(3.43%)·필리핀(3.8%) 등에 비해서도 낮다.

 최근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2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지난해 평균 시가배당률(8월 1일 기준 포트폴리오)은 1.34%다. 대기업은 더 박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이 총수가 있는 10대 기업집단의 83개 코스피 상장계열사의 시가배당률을 분석한 결과 평균 1.09%에 그쳤다. 배당을 아예 않는 상장 계열사도 13곳이나 됐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 투자자도 배당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저성장·저금리 시대에는 배당주가 최고의 투자 대안”이라며 “요즘처럼 시장이 불확실할 때는 배당 수익으로 안전판을 확보해 손실 위험이 적은 배당주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배당주 펀드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가 3개월간 평균 8.9% 수익을 내는 동안 배당주 펀드는 평균 11.4%의 성과를 기록했다. ‘KB배당포커스주식펀드’는 16%를 웃도는 수익을 올렸다. 1년 성과도 배당주 펀드(7.4%)가 주식형 펀드(4.4%)를 3%포인트 앞선다. ‘신영밸류고배당주식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5%를 웃돈다.

 다만 배당주 펀드별로 성과 차이가 크다. 펀드매니저에 따라 투자 종목을 고를 때 배당 가치 이외에 성장 가치를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배당주 펀드의 경우에는 편입한 종목의 평균 배당률이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1.3%)보다 적은 경우도 있었다. 한 증권사 펀드 연구원은 “배당주에 투자하겠다고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라면 무늬만 배당주 펀드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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