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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레이스 '다카르 랠리' 재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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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 '다카르 랠리'의 굉음이 다시 아프리카 사막을 흔들기 시작했다. 올해로 꼭 4반세기(25회)째다. 자동차나 모터사이클로 지옥 사막을 꼬박 보름 이상 달려야 하는 죽음의 레이스다.

1979년 첫 대회 이후 지금까지 랠리 창시자인 티에리 사빈을 비롯해 모두 4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완주 자체도 어렵다.

지난해의 자동차 완주율은 42%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사막의 영웅'이 되려는 참가자들의 발길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대회에는 28개국에서 4백37대의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이 참가했다. 첫 대회(40대)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 1일 출발한 참가자들은 19일 동안 8천5백52㎞의 사막과 들판을 달려야 한다.

다카르 랠리는 전통적으로 1월 1일 파리 콩코드 광장을 출발해 사하라 사막을 거쳐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의 해변가로 골인하는 코스에서 진행됐다. 그래서 대회 이름도 '파리-다카르 랠리'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랠리가 생태계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환경단체들이 출발지인 콩코드 광장의 폐쇄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대회 조직위인 티에리사빈위원회(TSO)는 부랴부랴 출발지를 프랑스 북부 아라스로 바꿨다. 랠리 이름에서도 '파리'를 삭제했다.

올해부터는 아예 코스 전체를 뜯어고쳤다. 출발지를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로 바꾸고 서부 아프리카가 아닌 북부 리비아 사막지대를 거쳐 이집트 시나이 반도의 샤롬 알셰이흐에서 경기를 마치도록 설계했다.

서부 아프리카 지역의 내전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TSO는 그러나 대회 이름이 갖는 역사성을 고려해 '다카르 랠리'라는 이름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코스가 바뀌었다고 방심하면 큰코 다친다. 리비아 사막의 모래언덕은 세계적으로도 '최고난도의 장애물'로 꼽힌다.

낮에는 40도까지 치솟았다가 밤에는 영하로 곤두박질치는, 사막 특유의 변덕스런 날씨도 예전 코스와 다름없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와 불쑥불쑥 차앞을 가로막고 나서는 암벽도 참자가들의 목숨을 노리는 '저격수'들이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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