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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출판] '쫓기는 동물들의 생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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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쫓기는 동물들의 생애/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 이한음 옮김/지호, 1만3천원

야생동물의 생에 휴식이란 없다. 행복한 노년을 꿈꾸는 인간과 달리 그들은 언제나 목숨을 건 쫓고 쫓김에 몸을 내맡겨야 한다. 방심하는 순간 적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생존의 최전선에서 자기 생의 최선을 다하는 야생동물들….

'쫓기는 동물들의 생애'는 1백여년 전에 출간된 그 유명한 시튼 동물기의 초판본을 구해 완역해 내는 시튼 동물기 시리즈의 첫 권이다.

본래 어른용으로 쓰여진 것답게 어린이용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잔인한 묘사나 비극적인 결말도 그대로 수록돼 있으며, 시튼이 그린 예쁜 삽화도 실려 있다. 일곱 편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야생동물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통해 인간적 교훈을 주고 있다.

'강아지 칭크'는 어릴 적 유약하기 짝이 없던 동물이 어느 순간 통과의례를 거쳐 훌륭한 한 마리의 몫을 담당하는 의연함을, '포로가 된 코요테'는 역경을 이겨낸 뒤의 성취감을 보여주고 있다.

시튼의 동물기는 때로 동물을 너무 인간과 비슷하게 만들어버린다는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1백년이 지나도록 사랑받은 데에는 그 이상의 깊이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동물들 삶의 숭고함과 치열함은 시대를 막론해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 오히려 시튼이 걱정했던 야생동물의 수난은 도시화가 진전된 요즘 더 심해졌다.

여기에 그런 야생동물들의 일생에서 반짝이는 기쁨의 순간들을 포착해 아기자기하게 그려내다보니 대중들의 계속된 사랑을 받게 됐다.

1권과 동시에 출간된 2권 '회색곰 왑의 삶'은 모든 동물들의 생애 그 자체가 인생의 격정을 정리한 노년기의 자서전과 같을 수 있음을 얘기한 작품이다.

어릴 때 어미와 형제를 잃고 외로이 자란 것도 모자라 쓸쓸한 말년을 보내는 회색곰의 '웅생유전'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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