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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수상한 난파선 1척 그냥 묻어버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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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호 02면

북한군 병사가 최전방 소초(GOP) 문을 두드리고 귀순한 게 얼마 전이다. 이른바 ‘노크 귀순’이다. 발생한 곳은 육군 22사단의 관할 구역. 그런데 같은 사단에서 2년 전 황당한 ‘경계 실패’ 사례가 또 있었다고 한다.

채널 15 JTBC 탐사코드J 22사단 간첩선 은폐 의혹

2010년 6월, 22사단 예하 해안부대가 경계를 서는 강원도 고성군의 한 해수욕장 인근. 이른 아침 해안가를 순찰하던 병사가 수상한 난파선 한 척을 발견했다.
예비역 A씨는 “선체를 검게 칠한 나무배로, 누가 봐도 간첩이나 귀순자들이 사용한 북한 배였다”고 단언했다.

전문가들은 나무로 만든 소형 어선인 ‘전마선(傳馬船)’으로 추정했다. 전마선은 큰 배와 육지, 또는 배와 배 사이의 연락을 맡는 작은 배를 말한다. 간첩이나 귀순자들이 은폐를 위해 이처럼 검게 칠한 배를 사용한다.

대북 정보장교 출신인 이시연 국민생활안보협회 공동대표는 “과거 북한 간첩들이 전마선을 타고 침투해 붙잡힌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까지 이런 배를 이용해 월남한 탈북자도 여럿 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군이 민간인으로 위장해 내려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배가 발견되면 수색 작업에 나서는 게 군의 당연한 의무다. 하지만 병사들이 한 일은 ‘수색’이 아닌 ‘은닉’ 작업이었다. 예비역 B씨는 “대대장이 부대원 30여 명에게 배를 부숴 묻으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초소 앞 해안가 여러 곳에 4~5m 깊이의 구덩이를 파 선체를 묻었다는 것이다.

B씨는 “사실이 알려지면 전 부대원이 피곤해질 수 있어 난파선 감추기 작업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22사단 관계자는 “확인 결과, 당시 대대장이 현장에서 병사들을 동원해 폐기 처분 지시를 내린 것은 맞다”며 “대공 용의점이 없어 현장 지휘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부로 보고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크 귀순에 이어 난파선 은폐 의혹에 휘말린 동부전선 22사단은 유독 ‘경계 사고’가 많은 부대다. 2009년 10월엔 민간인 강동림 씨가 3중으로 된 철책선을 자르고 월북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은 “2010년 이후 경계 소홀로 인한 징계 20건 중 15건이 22사단이었다”면서 “이렇게 징계를 많이 받은 사단이면 경계를 더 강화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철책 경계 실패엔 해당 부대의 잘못이 매우 크지만 열악한 근무환경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GOP에서 근무했던 한 예비역은 “부족한 병력으로 험준한 지역에서 경계 근무를 서다 보니 너무 힘들었다” 고 말했다.

21일 오후 9시50분 JTBC에서 방영되는 ‘탐사코드J’는 무너지고 있는 대한민국 최전선의 경계 실태를 집중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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