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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퓨전 국악 원조 이단이라고 욕도 엄청 먹었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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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호 06면

‘사물놀이’의 대명사 김덕수(60)씨가 광대 인생 60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한다. 27~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흥’을 주제로 한바탕 난장을 벌인다. 박근형 극단 골목길 대표가 연출을 맡고, 한국무용가 김리혜(김덕수씨 부인), 명창 안숙선·오정해, 국악연주단체 ‘앙상블 시나위’, 비엔나 아트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이자 색소폰 연주자인 볼프강 푸쉬닉, 베이스 연주자 자말라딘 타쿠마 등이 함께하는 특별한 무대다.

‘광대 인생 60년’ 기념공연 하는 김덕수

김씨는 남사당인 아버지를 따라 다섯 살이던 1957년 충남 조치원에서 남사당패 무동(舞童)으로 데뷔해 59년 일곱 살의 나이로 전국 농악경연대회 대통령상을 받아 국악 천재로 이름을 알렸다. 양도일·남용윤·송순갑 선생에게 장구 쇠가락을 사사하고 국악예술고등학교를 나와 활발한 공연을 펼치던 중 70년대 ‘데모의 앞잡이’로 몰려 풍물연주를 금지당한 것이 ‘사물놀이’를 창시한 계기다.

“마당이 없으니 시위 현장을 마당 삼았던 거죠. 생활문화가 변해 전통사회가 무대로 삼았던 마당이 없어졌으니 결국 극장으로 들어오게 된 겁니다. 꽹과리·징·장구·북은 부모님 세대에게 물려받은 한국적 울림의 상징인데, 생활 속에서 사라져 가는 것을 프로 광대로서 살려야겠기에 변화된 사회에서 재창조를 시도한 것이죠.”

78년 서울 공간사랑 소극장에서 사물놀이를 처음 공연하면서 거리에서 쫓겨난 풍물 연주를 극장으로 가져온 그는 매뉴얼까지 만들어 사물놀이 이론을 정비하고 국내외 보급을 주도했다. 전 세계를 돌며 매년 150회 넘는 공연을 통해 우리 소리를 알리는 데 앞장서 왔으니 명실공히 ‘전통 한류’의 원조다. 사물놀이는 해외에서 더 인정받아 하버드, 케임브리지 등 세계 주요 대학에는 사물놀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종족음악학과에는 사물놀이 과정이 따로 있을 정도다. 그렇게 한국 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은관문화훈장도 받았다.

“어느 민족, 어느 국가든 자기만의 색깔이 있죠. 사물놀이는 우리 자연의 울림이고 한국인들만이 가진 신명의 상징입니다. 다른 많은 민족예술과 교류할 수 있는 것도 우리만이 가진 에너지가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멜로디가 아니라 리듬악기라 모든 장르를 포용할 수 있기에 세계화가 수월하기도 하죠.”

그는 ‘전통을 붙잡느니 차라리 이단이 되겠다’며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전통을 변용해 힙합,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와의 융합을 시도하며 퓨전 국악의 최전선에 서기도 했다.

“요즘 유행하는 퓨전 국악의 원조가 접니다. 이단이라고 욕도 많이 먹었지만 퓨전은 아주 자연스러운 거예요. 문화 교류와 상생은 전통적으로 되풀이돼 온 것이니까요. 본질적인 획은 지키되 늘 옷을 갈아입으면서 지금도 전통은 재창조되고 있습니다. 록, 재즈, 클래식도 각각 매니어가 있지만 새로운 레퍼토리를 창조해야 전통의 보전에 그치지 않겠죠.”

공연은 1, 2부로 나뉘어 꾸며진다. 1부는 고대 제천의식부터 시작해 길놀이, 마당놀이를 거쳐 사물놀이의 탄생을 보여준다. 2부는 김씨의 인생 이야기에 음악과 춤을 곁들인 음악극.

“우리 것이 중심이 된 월드뮤직 밴드를 통해 가무악이 하나가 된 음악연희극이란 새로운 시도를 마련했습니다. 광대의 기본은 소리·춤·음악의 삼위일체거든요. 관객도 하나가 돼야 하죠. 전통 연희는 본래 관객과 광대가 따로 없이 한마당에서 펼쳐지던 것이니까요. 극장 공간의 한계를 넘어 추임새와 박수 장단으로 하나가 된 신명나는 한마당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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