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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10대산업 키우자] 21. 미국 '270 코리도'

중앙일보

입력

과학기술의 상업화가 관건인 바이오 산업은 기초 과학기술과 연구능력을 갖춘 대학.연구소와 기업의 협력이 중요하다. 미국.영국 등 바이오 선진국에선 대학과 생명공학 관련 연구소가 모인 곳에 바이오 기업이 몰려 자연발생적으로 하나의 집적지(cluster)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 바이오 산업 집적지인 워싱턴DC 근방 매릴랜드주 270 코리도 지역을 벤치마킹한다.

편집자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에서 시작해 북서쪽으로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270. 최근 이 도로 주변으로 바이오 기업이 몰려들며, 이곳을 미국에선 '270 코리도' (복도)라 부른다.

이 국도 양 옆에는 미국 생명과학 연구의 산실인 국립보건연구원(NIH) 등 연구기관과, 지난해 NIH와 함께 인간지놈 지도를 발표한 벤처기업 셀레라 지노믹스 등 3백여 바이오 기업이 몰려 있다. 270도로가 바이오 산업을 키우는 복도 역할을 하고 있는 것.

◇ 연구 인프라〓NIH.식품의약국(FDA)과 존스홉킨스대.메릴랜드대 등 바이오 관련 연구소와 대학이 밀집한 이 지역은 지리적 조건만으로도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손색이 없다.

메릴랜드주 기술개발공사의 필립 싱거맨 사장은 "바이오 산업은 기초연구 인프라 없이는 성장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지역의 우수한 연구기관과 대학들이 산업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다" 고 말한다.

또 대학이나 연구소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로열티를 받고 이전할 수 있도록 1986년 제정한 기술이전법은 연구원의 창업, 실험실 기술의 상업화에 큰 촉매가 되었다.

◇ 적극적인 지방정부〓메릴랜드 주정부는 바이오 산업만 지원하는 생명과학지원실이라는 전담 부서를 두고 있다.

이 부서 최고책임자인 로렌스 메이핸 생명과학 담당관은 최근 관내 바이오 업체와 연구기관을 망라하는 산업 연관표를 만들고 있다. 관련 기업간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등 효율적 기업 지원을 위해서다.

메릴랜드주의 바이오 산업 지원시스템은 종합적이다.

▶벤처기업 선정
▶주정부 운영 벤처펀드 제공
▶부지 무상제공
▶각종 세제혜택.경영자문에다 잠재적 협력기업 소개까지 해준다.

메이핸 담당관은 "바이오 기업은 초기 단계의 지원이 중요한데 주정부가 초기 자금을 대주면 그 기업에는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이 저절로 찾아온다" 고 말했다.

93년 설립된 주정부의 엔터프라이즈펀드는 그간 약 1천5백만달러를 벤처기업에 지원했다.

데이비드 이누아치 메릴랜드 경제개발국장은 "바이오 기업의 제품생산을 위해 주정부가 연구.생산시설의 확충과 숙련된 기술인력 확보, 마케팅 확대 등도 지원한다" 고 밝혔다.

카운티 정부는 보다 실제적인 도움을 준다. 몽고메리 카운티는 연구단지 부지 확보와 도로건설, 세제 혜택 및 각종 행정지원 등 보다 세부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 장기 투자로 승부〓270코리도 주변의 바이오업체 중 수익을 내는 회사는 아직 별로 없다. SG증권의 바이오 산업 분석담당 에릭 슈미트는 "바이오 산업은 연구개발에서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대략 5~10년 걸리는 게 보통이라 투자자들이 회수를 서두르지 않는다" 고 말했다.

지난해 1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본 HGS의 경우 아직도 10억달러 이상의 자산이 있다. HGS의 장래성을 본 투자자들이 줄서 있기 때문이다.

터칸 캐피털의 린다 파워스 이사는 "바이오 산업은 경기순환에 좌우되는 산업이 아니다" 며 "꾸준한 인내만이 기업의 성공과 투자 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 고 말했다.

터칸 캐피털은 이미 6천만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1억2천만달러의 펀드를 새로 조성해 바이오 기업들에 투자할 계획이다.

◇ 기대되는 파급효과=270코리도 주변으로 현재 3백여 바이오 기업에 약 2만여명이 종사하고 있지만 주정부 관리들은 이같은 통계만으로는 전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타우슨대 지역경제연구소의 아르니반 바수 교수는 "메릴랜드주에 밀집한 바이오 기업들이 자력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연관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 이라고 예상한다.

이미 270코리도 주변에는 바이오 산업을 겨냥한 컴퓨터 분석.전문 건설업에서부터 바이오 제품의 마케팅.광고 및 일반 사무 서비스는 물론 소매업.주거용 부동산업까지 여러 산업이 복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바이오 산업이 연구개발 단계에서 이미 지역 경제성장을 이끄는 중심축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기업만 잘해선 안된다. 정부.국민.기업 모두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다음호는 정부와 국민들이 앞장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외국 기업 유치에 나선 아일랜드를 벤치마킹한다.

워싱턴=김종수 특파원,
양선희 기자 jong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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