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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日대사, 투표용지에 '한국'찍는 장면 포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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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9일 새벽 확정된 한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재진출에 대해 “회원국에 제재를 통해 법적 구속력을 행사하는 유엔의 가장 강력한 기구의 일원이 된 것”이라며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다시 한번 평가받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날 중앙일보·JTBC와의 공동 인터뷰에서다. 김 장관은 내년 2월 한국을 대표해 한 달간 안보리 의장직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

 김 장관은 “아시아권 후보로 뒤늦게 등록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17년 전보다 경제력도 커진 만큼 더 큰 책임감을 갖고 국제사회에 공헌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유엔본부에서 18일(현지시간) 실시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 2차 투표에서 전체 191개 회원국의 3분의 2(127개국)를 넘는 149개국(전체의 78%)의 지지를 얻어 안보리 진출을 확정 지었다. 1996년에 이어 17년 만에 유엔 안보리에 재진출한 것이다. 50년 한국전쟁 시 유엔의 도움을 받았던 한국은 91년 북한과 동시에 유엔에 가입한 뒤 96~97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 되고, 2006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면서 유엔에서의 영향력을 꾸준히 키워왔다.

 이사국 재진출은 한반도 주변국의 지도자 교체 일정, 북한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 등 유동적인 한반도 상황을 감안할 때 의미가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 장관은 “이사국이 됐다는 것 자체가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안보리 결의안을 통한) 제재 절차가 있어도 제재 자체가 목적은 아니므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안보리 이사국 진출을 통해 그동안 김 장관이 의욕을 보였던 ‘중견국 외교(Middle power diplomacy)’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김 장관은 “이번에 강력한 중견국인 호주가 함께 이사국에 선출된 만큼 안보리에서 국제사회 개발과 환경 분야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을 연결하는 중간자적인 역할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청와대도 환영했다. 청와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외교적 쾌거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올해 핵안보정상회의 등 정상회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안보리 진출을 지지해 달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도 한국 지지=일본 TV아사히는 이날 니시다 쓰네오(西田恒夫) 유엔 주재 일본대사가 투표용지에 ‘Republic of Korea’라고 쓰는 장면을 망원렌즈로 포착해 보도했다. 방송은 “한·일 갈등에도 대북 제재 등 유엔에서 한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일본 정부가) 판단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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