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안보리 재진출, 외교 역량 강화 계기 삼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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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한국이 임기 2년(2013~2014년)의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됐다. 1996~97년에 이어 두 번째다. 안보리 이사국 진출은 외교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고, 글로벌 안보 이슈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뜻이다. 그만큼 책임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10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들은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P5)과 달리 거부권은 없지만 모든 안보리 활동에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한다. 안보리는 국제사회에서 무력사용 승인과 금융제재 등 법적 구속력이 있는 강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다. 15개 이사국 중 P5를 포함해 9개국 이상의 찬성으로 안보리 결의가 채택되면 194개 유엔 회원국들은 모두 이행할 의무를 지게 된다. 대륙별로 돌아가며 선출되는 비상임이사국에 서로 진출하기 위해 각국이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16년 전 처음 안보리 이사국이 됐을 때와 비교해 한국의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당시엔 유엔에 가입한 지 5년밖에 안 된 개도국이었기 때문에 활동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견국가로서 개도국과 선진국을 잇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했고,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됐다.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그만큼 탄탄해진 것이다.

 미·중 갈등 구도 속에 주요국의 리더십 교체가 줄을 잇고 있는 미묘한 시기에 안보리 이사국을 맡았다는 것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같은 긴급 안보 상황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고 예방하는 효과가 적지 않다고 본다.

 안보리 이사국 진출을 정부는 한국의 외교 지평을 확대하고, 외교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로 잘 활용하기 바란다. 이를 위해 국제규범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고, 확고한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갖춰야 한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