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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10대산업 키우자] 세계는 지금 바이오 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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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산업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실현시켜줄 첨단산업으로 주목받으며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다.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이 국방비보다 많은 돈을 쏟아부으며 개척하고 있는 바이오산업의 현황과 우리의 과제를 알아본다.

항암제 인터페론은 1g에 5천달러나 나간다. 무게로 따지면 금값의 3백60배에 달한다. 그런가 하면 1g에 60만달러대의 빈혈치료제(EPO)도 있다.

반도체 제품 주기가 2~3년인 데 비해 아스피린은 개발된 지 1백년이 넘은 지금도 잘 팔리고 있다. 바이오제품은 그만큼 어마어마한 돈을 벌게 해주고 수명도 길다.

이런 점이 각국이 21세기 전략산업으로 바이오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이유다. 또 생명공학이 21세기 초반 산업 패러다임의 혁명을 선도한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 4세대 기술혁명=바이오 산업은 ''제4의 물결'' ''4세대 기술혁명'' 이라고 불린다. 농업혁명이 먹고 사는 문제를, 산업혁명이 물질적 편리함을, 정보화 혁명이 지적 욕구를 해결했다면 이제는 오래도록 건강하게 사는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의 해결을 바이오혁명의 몫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세계 바이오산업 규모는 5백40억달러. 아직은 규모가 작은 ''실험실 산업'' ''신생 산업'' 단계다.

그러나 지난해 인간 지놈지도가 완성된 뒤 기업.연구소.학교가 이를 응용한 본격적인 신약과 바이오 물질 및 상품 개발에 돌입했다. 이것이 상품화되면 시장 규모는 가위 폭발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산업자원부 김동수 생물화학산업과장은 "이젠 본격적인 초반 경쟁에 돌입해 우리도 집중투자가 시급하다" 고 말했다.

세계 바이오시장의 4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지난해 연방정부가 생명과학 분야에 1백86억6천만달러(약 20조원)를 투입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 유럽을 따라잡기 위해 지난해 유전체 관련 연구에 8백2억엔(8천4백억원)을 투입했고, 2010년까지는 투자를 지금보다 25배 늘릴 계획이다.

◇ 지적 재산이 경쟁력=바이오산업 시대는 지적 재산권의 확보가 경쟁우위를 좌우한다. 특히 최근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유전체 연구에서는 ''녹색 황금'' 이라고 불리는 유전자에 관한 특허를 얼마나 보유했나가 관건이다.

미국은 단연 앞서간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안두현.정교민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에 등록된 생물산업 특허를 분석한 결과 미국을 1백으로 했을 때 미국 다음으로 발달한 일본.독일.영국은 3.5~9.3%, 한국은 0.5%에 불과했다'' 고 밝혔다.

응용분야인 유전자를 이용한 의약품 개발과 관련한 특허의 경우 한국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용한 천연물질을 가진 생물자원(미생물을 포함, 동식물)도 재산이다. 이런 자원은 선진국에 비해 개발이 덜 된 후진국이나 개도국에 많다.

일본 사쿠라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1988년부터 국가 산하에 연구소와 위원회를 발족시켜 다국적 제약회사인 글락소 스미스클라인과 함께 아시아 전역의 생물자원 정보를 정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아시아 각국도 생물자원 보호에 뛰고 있다.

◇ 세계는 바이오 붐=바이오산업 열강인 미국.유럽 등 각국에는 바이오 열기가 뜨겁다. 미국 컨설팅회사인 언스트&영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선 지난해 2백개 이상의 바이오 기업이 창업했고, 총 수입도 38%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유럽 바이오벤처기업들은 지난해 벤처캐피털에서 12억유로(약 1조3천억원)를 투자받아 95~99년 투자받은 총액보다 더 많았다. 상장기업 1백5개가 개발 중인 의약품은 2백78개에 이른다.

성장기에 들어선 미국의 바이오 업체수는 지난해 1천2백73개로 99년보다 3% 줄어들면서 창업이 다소 주춤했던 데 비해 유럽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을 알 수 있다.

유럽은 바이오 관련 상장기업이 아직 미국(3백개)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지만 떨어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바이오산업에선 바이오기업만 뛰는 게 아니다.

지난해 미국 IBM의 루이 거스너 회장은 "지놈사업은 우리의 핵심 IT 사업전략 중 하나" 라며 앞으로 3년간 생명과학 분야에 1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바이오 벤처기업에 대한 출자와 신약개발에 필요한 슈퍼컴퓨터.데이터베이스 등을 지원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휴렛패커드(HP).NEC.히타치 등 유수의 컴퓨터 업체들도 바이오산업에 뛰어들었다. 정통 IT기업들이 BT에 새로운 승부를 더진 것이다.

최근 바이오산업이 수작업이나 현미경에 의존하는 연구방식이 아니라 유전자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슈퍼컴퓨터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등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험에 필요한 장비와 바이오칩과 같은 소모품이 IT산업의 도움 없이는 해결되지 않는다.

모토로라는 99년부터 실험용 소모품인 DNA칩 사업에 뛰어들었고, 컴팩은 단백질 구조해석을 위해 초당 1백조번 연산처리가 가능한 초고속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벌써 IT산업 등 서로 다른 산업과 융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

양선희 기자

◇ 바이오산업이란=일반적으로 유전공학을 중심으로 한 생명공학(biotechnology)기술을 생산에 응용하는 신기술 산업의 한 분야다.

최근에는 유전공학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분자.세포 공학, 단백질공학, 조직공학은 물론 식물 분류학과 바이오정보 공학분야의 정보.기술까지 포괄한다.

이의 활용분야로 가장 관심을 끄는 분야는 신약 개발로 기존의 화학요법으로 해결하지 못한 항암치료 등 난치병 치료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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