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자의 유혹을 조심하라"

중앙일보

입력

낭만주의 시대에는 성악곡을 기악으로 편곡(또는 개작) 하는 일이 빈번했다. 친숙한 선율을 소재로 실내악을 쉽게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슈베르트는 가곡 '방랑자' 를 피아노곡 '방랑자 환상곡' 으로, '죽음과 소녀' 를 현악4중주 제14번 d단조의 2악장으로 '재활용' 했다.

그의 실내악 중 가장 유명한 피아노 5중주 A장조(1819) 도 가곡 '송어' (1817) 를 주제로 한 여섯 개의 변주곡을 4악장에 담아 '송어 5중주' 로 불린다.

슈베르트는 1819년 여름 오스트리아 산악지대를 여행하던 중 광산업자이며 아마추어 첼리스트인 질베스터 파움가르트너에게 피아노 5중주 작곡을 위촉받았다. '송어' 의 멜로디가 흐르는 실내악이라는 조건과 함께.

피아노 5중주는 현악4중주에 피아노를 곁들이는 게 보통이지만 슈베르트는 제2바이올린을 빼는 대신 더블베이스를 보탰다.

저음 파트의 보강으로 피아노는 고음역에서 비늘을 반짝이며 물 위로 치솟는 송어를 자유롭게 묘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화창한 여름 날씨를 떠올리게 하는 밝고 경쾌한 악상과 함께 젊음이 느껴지는 생동감이 넘치는 곡이다.

"거울같은 강물에 송어가 뛰노네…" 로 시작하는 가곡 '송어' 는 흙탕물을 일으켜 송어를 잡고 마는 낚시꾼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현행 음악교과서에는 빠져 있는 3절 가사는 여성들(송어) 에게 남성(낚시꾼) 의 꾐에 넘어가지 말라는 충고를 들려준다.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은 필립스 레이블로 '송어 5중주' 를 두 차례 음반에 담았는데 그중 클리블랜드 4중주단 멤버들과 호흡을 맞춘 첫번 녹음이 명연으로 꼽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