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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푸에르토리코의 영웅' 후안 곤잘레스

중앙일보

입력

1972년 12월 31일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뜬 로베르토 클레멘테는 중남미의 푸에르토리코 출신이다. 통산 3천안타와 월드시리즈 14경기 연속안타 등, 클레멘테가 이룬 업적은 그를 히스패닉계 최초의 명예의 전당 헌액자로 이끌었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클레멘테의 정신을 이어받으려 수많은 푸에르토리코 출신들이 메이저리그를 누비고 있다. 이반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 카를로스 델가도(토론토 블루제이스), 로베르토 알로마(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호르헤 포사다(뉴욕 양키스) 등이 푸에르토리코가 자랑할 만한 대표적인 선수들이 될 것이다.

하지만 클레멘테처럼 명예의 전당의 일원이 될 수 있으리리고 점칠 수 있을 정도의 재능을 갖춘 선수를 찾으려고 한다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단 몇 시즌의 화려함보다는 오랜 기간의 꾸준함이 명예의 전당의 일원으로서 요구되는 필요조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떤 선수가 명예의 전당 헌액자가 될 수 있을까하고 고심할 지도 모르지만 이 선수만은 다를 것이다. 올시즌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새롭게 팀을 옮긴 후안 곤잘레스라면 말이다. 현역 선수로서는 매니 라미네스(보스턴 레드삭스)와 함께 최고의 타점기계라고 평가받고 있는 곤잘레스는 올시즌 내셔널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루이스 곤잘레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밀린 듯 보이지만 곤잘레스라면 이전까지는 그가 먼저 떠올려질 정도로 그가 가진 능력은 대단했다.

비록 지난 시즌에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코메리카 파크에 적응하지 못해 풀타임 메이저리거로서 생활하고 난 뒤 가장 적은 67타점 밖에 올리지 못했지만 곤잘레스의 타점제조능력이 아직도 녹슬지 않았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전반기가 끝날 때까지 83타점을 올리며 지난 시즌의 기록을 훨씬 넘어선 것은 그가 제이콥스 필드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곤잘레스가 가진 능력의 무한함을 짐작하게 만든다. 홈런 역시 전반기에만 23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에 기록한 22홈런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 정도의 수준에 곤잘레스가 만족할 리는 만무하다. 23홈런, 83타점 그리고 .347의 타율 등 타자에게 있어가장 중요한 세 가지 부문에서 정상급에 올라 있는 곤잘레스의 현재 추세라면 MVP도 충분히 노려 볼 만한 성적표이기 때문이다.

1996년과 1998년, 두 번에 걸쳐 MVP를 수상한 적이 있는 곤잘레스는 이 때마다 소속팀이었던 텍사스 레인저스가 지구우승을 차지함으로써 그의 MVP 수상은 곧 소속팀의 지구우승이라는 등식을 갖게 만들었다.

매니 라미네스라는 아주 강력한 경쟁자가 있긴 하지만 곤잘레스가 MVP가 되는 데 대해서도 반문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역사상 8명의 선수들이 가장 많은 3번의 MVP를 수상했는데 곤잘레스가 올시즌에 MVP를 수상하게 된다면 그 역시 이 영광스런 위치에 올라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곤잘레스가 올시즌에 이룰 수 있는 업적은 하나 더 있다. 역사상 34번째로 400홈런의 주인공이 되는 것인데 푸에르토리코 출신으로서는 물론 그가 최초의 선수가 될 것이다.현재까지 곤잘레스가 기록하고 있는 통산 홈런수는 385개, 전반기에 23개를 때려냈던 추세라면 15개의 홈런 정도는 올시즌이 끝나기 전에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곤잘레스는 현재까지 23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추세라면 올시즌 40홈런도 가능해 보인다. 이는 자신의 생애에 있어 6시즌째 달성하게 되는 40홈런이 되는 셈인데 현역 선수로서 6시즌이나 40홈런을 때려냈던 선수가 고작 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켄 그리피 주니어(신시내티 레즈) 밖에 없을 정도라면 그가 달성하게 될 기록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의 생애에 있어 3번째 홈런왕 등극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마크 맥과이어, 켄 그리피 주니어 등 이전에 아메리칸리그를 주름잡았던 슬러거들이 내셔널리그로 이적한 상황이라면 곤잘레스에게 올시즌은 지난 93년 이후 8년만에 홈런왕 자리를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기회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개막전에서 2개의 홈런을 뽑아내며 두 번의 개막전에서 2개의 홈런을 때려낸 역사상 4번째 선수로 등록된 곤잘레스, 그에게 남은 것은 이제 MVP 수상으로 소속팀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지구우승을 차지하는 등식을 다시 한번 더 만들어내는 것과 함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 가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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