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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도 온건론 힘얻어 북핵 평화해결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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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새해 벽두부터 본격화한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전방위 외교는 설득과 압박 두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북한이 새 핵 개발 계획을 시인했을 때보다 더 위협적인 행보를 하고 있음에도 관련국들이 보복조치를 유보하고 외교적 해결 노력에 무게를 싣는 것은 미국의 이라크전 개전 준비와 한.미간 불협화음, 제재가 몰고올 파장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새 핵 개발 계획과 관련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대북 중유공급 중단 조치를 취했다. 북한 핵문제 관련국들이 외교적 해결에 힘을 쏟는 것은 대북 조치를 위한 명분 쌓기의 측면도 있다.

◇미국서도 외교적 해결론 힘 얻어=미국 내에서도 북핵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론이 부쩍 고개를 들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12월 29일 "대북 대화채널은 열려 있다"며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틀 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외교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생각"이라고 천명했다.

미국이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것은 이라크 문제에 힘을 집중해야 하는 데다, 한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주변국가들이 봉쇄정책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평소 대북 강경책을 지지해온 워싱턴 타임스도 1일 "백악관의 새 국가안보전략에 따라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으로 하여금 한국을 공격하게 만들어 전쟁이 이 지역을 삼켜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목되는 중.러의 대북 설득=대북 설득 외교의 축은 중국과 러시아다. 두 나라 모두 북한과 전통적인 우호국인 데다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2일 중국과의 외교부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의 핵 시설 재동결과 핵 개발 포기를 위한 협조를 요청한 데 이어 5일의 한.러 외무차관 회의에서도 같은 입장을 전달한다. 미국도 양국을 상대로 대북 외교 포위망 구축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러는 북한의 핵 개발에는 반대하지만 군사적 해결에는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군사적 해결이 몰고 올 북한 난민 유입 사태를, 러시아는 시베리아 개발을 축으로 한 동진(東進) 전략의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이달 중 재개될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직접 북한을 설득할 방침이다.

◇유엔 안보리 회부는 안될 듯=다음주 중 열릴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나 6일의 국제원자력기구(IAEA)이사회는 대북 압박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TCOG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나 핵 재처리 강행 등 한계선(Red Line)을 넘었을 때의 대응 시나리오와 대북 경수로 공사 중단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IAEA는 북한에 핵시설 재동결과 전면 사찰을 촉구하는 대북 결의안을 채택한다.

정부 관계자는 "그러나 IAEA는 북한 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로 회부하지 않고 일단 IAEA 차원에서 다룬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우리 정부의 대(對)주변국 외교는 중국.러시아.일본이 한반도 정세에 보다 깊숙이 발을 들여놓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당장 10일 열리는 일.러 정상회담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남북, 미.일.중.러 4개국간 안보협의체(2+4) 발족을 심도있게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서울=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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